“집안 일처럼 모든 것에 손이가야 깨끗하지”
“집안 일처럼 모든 것에 손이가야 깨끗하지”
  • 김주영 기자
  • 승인 1970.01.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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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의사항 있으면 직접 얘기해줬으면…깨끗한 세면장 보면 뿌듯
우리학교 학우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기숙사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는 기숙사로출·퇴근한다. 수업을 마치

고 기숙사로 돌아왔을 때, 힘찬 물소리가 들리면 ‘아, 아주머니께서 청소하시는구나’ 짐작할 수 있고, 입·퇴

사기간에 쌓인 박스 더미들을 보면 아주머니께서 고생하시겠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 아주머니와 학생들이 서로 이해하고, 친해진다면 기숙사 생활이 더욱 즐거워지지 않을까? 나른한 금요일,

여자 기숙사 3동을 청소하시는 김순희 아주머니(52)를 만나 청소를 도와드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아주머니는 아침 7시에 출근하여, 7시 30분부터 청소를 시작하신다. 휴게실 탁자를 닦고,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

며, 화장실 앞의 커다란 쓰레기통을 비운다. 쓰레기는 월요일에 7~8봉지, 그 외 평일에 5봉지 정도 나온다. 이

모든 작업이 끝난 아침 8시 30분, 부시시 일어난 기자는 질끈 머리를 묶고 아주머니를 찾아 나섰다. 아주머니는

계단을 쓸고 계셨다.
김 아주머니는 우리학교에서 10년 째 일하고 계신다. 학생회관에서 1년, 지곡회관에서 8년 일하셨고, 작년 여름

부터 여사 3동을 맡아 근무하기 시작하셨다. 아주머니께서는 기숙사 일이 마치 집안일처럼 모든 것에 손이 가야

하므로 힘들다고 하셨다. 어깨와 팔의 근육이 뭉친 것 같고, 일이 많을 때에는 손가락이 후들거린단다. 지곡회

관에서 알고 지냈던 조리사가 “그 쪽(여자기숙사)으로 가더니 살이 많이 빠졌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단다.
아주머니는 학생들이 만족스럽지 못한 사항을 직접 전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예전 세면장을 청소하는

데 세면대를 닦고, 바닥을 치우느라 거미줄이 있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일이 있어. 한 학생이 거미줄이 있

으니 치워달라고 했는데, 살펴보니까 거미 2마리가 있더라구. 이렇게 학생과 대화하면서 기숙사를 깨끗하게 만

드는 것이 좋은 것 같아. 출·퇴근하며 기숙사 입구의 게시판을 보는데 거기다 건의사항을 적는 것은 어떨까?”
아주머니는 기숙사는 집과 같으니 학생들 스스로 깨끗이 사용해 달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음료수를 세면대에 비

우고 용기만 쓰레기통에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쓰레기 봉지를 묶다가 봉지가 터진 적이 있는데, 안

에 있던 음료수 때문에 옷이 흠뻑 젖은 적이 있어. 학생들이 조금만 신경을 써 주면 좋겠어”라고 당부했다.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러 가고 기숙사가 한가할 때 아주머니는 세면장과 화장실, 샤워실을 청소하신다. 점심을

먹고, 맨 위층 세면장부터 청소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청소하시는 것을 구경했다. 백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고, 세면장 청소가 얼마나 힘든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먼저 바닥의 머리카락을 줍고, 세제 거품이

잘 일도록 샤워기로 거울과 세면대에 물을 뿌렸다. 세제로 거울과 벽을 닦고, 세면대에 세제를 뿌려 수세미로

문지른다. 가끔 거울 밑 부분을 닦다가 손이 수도꼭지와 부딪혀 멍이 들기도 한단다. 거품으로 때를 빼고 물로

헹군 다음, 밀대 걸래로 바닥을 닦았다. 고무 끌개로 물기를 제거하면 세면장 청소가 끝난다. 조금이라도 일손

을 덜어 드리기 위해, 기자가 1층 세면장을 청소했는데, 그 동안 아주머니께서는 2층과 3층의 세면장과 샤워실

을 청소하시고, 나를 도와주러 오셨다.
또 복도를 밀대로 닦고, 베란다를 정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소가 거의 끝났다 싶으면 점검을 다니면서 세면

대의 머리카락을 치우기도 하고, 그새 채워진 쓰레기통을 비운다. 아주머니는 맑은 날, 깨끗하게 마른 세면장을

보면 아주 뿌듯하다고 하셨다. 이렇게 청소를 끝내고 오후 5시에 퇴근하며,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근무한다.
아주머니는 2층에 새 정수기가 설치되었을 때 매우 기뻤다고 했다. “예전의 오래된 정수기가 라면 국물에 자주

막히는 등 탈이 많았는데, 새 정수기가 들어오자 마치 집안에 새 가전 기구를 들여놓은 양 기분이 좋았어.”
처음 기숙사에서 근무할 때, 학생들과 어색하고, 일도 많아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이 때 여사 1동 아주머니께

서 많이 도와주시고, 동료들이 위로해 주어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수고한다고 인사를 하거나, 음료수

를 건네는 등 조그만 것이라도 나누려는 학생들의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고 했다.
아주머니,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 주신다면? “우리학교 교수님들이나 학생들이 훌륭한 연구를 하여 TV에 나왔

을 때 괜시리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어. 학생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회

인이 되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