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자녀 위한 보육시설로 자리잡아야
대학원생 자녀 위한 보육시설로 자리잡아야
  • 이신영 기자
  • 승인 2005.05.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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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생들의 안정된 생활 위해 학교측의 관심과 지원 필요
교수아파트 옆길을 따라 걸으며 주변을 주의 깊게 관찰해 본 사람이라면 8동 1층 창가에 알록달록하게 채색된 유리창을 보며 의아해 했을 것이다. 언뜻 아이가 있는 집일 것이며 부모가 아이를 위해 상당한 배려를 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실제로 그곳에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다른 집과 차이점이라면 한 아이를 위한 가정집이 아니라 우리대학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의 유아들을 위한 공대유아원이라는 점이다.

현재 공대유아원을 운영하고 있는 문분희 원장에 의하면 대학이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그 기초를 닦을 무렵부터 형성된 탁아시설에 공대유아원은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당시에는 요즘처럼 유아들을 유한 보육시설이 없었고 적정 나이가 찬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유치원만 있었기 때문에 유아들은 어머니들의 몫이었다. 높은 교육을 받은 대다수 교수 부인들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고 그 재능을 발휘하고 싶어도 보육의 의무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다. 이사장 사모들은 이런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 과거 교수아파트로 사용했던 낙원아파트 지하에 탁아시설을 마련했다. 초기에는 자원봉사 형태로 시작했지만 일의 양이 많고 전문성이 부족하여 한계를 느껴 포항1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교사를 영입해 지금과 같은 유아원의 토대를 놓았다. 문분희 원장은 두 번째 원장으로 자리를 물려 받아 현재 10년 가까이 공대유아원을 운영해오고 있다.

공대유아원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인지교육보다는 품성이나 정서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손으로 만지고 운동하며 서로 어울리며 맘껏 자신을 표출하는 가운데 더불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정서를 아이들이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감사할 줄 알고 책임질 줄 아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아이들 구성이 유동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방학 중 학교를 방문하는 방문 교원 아이들의 경우 두세 달 간의 방학 기간이 공대유아원에서 그들이 머무르는 전 기간이 될 수 있다. 대학원생 부부 자녀들의 경우에도 졸업 이후에는 직장을 따라 다른 곳으로 옮기기 마련이다. 이렇듯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유동적 소수 집단이라는 특징이 단계적·조직적 특징을 요구하는 인지교육보다는 정서교육 형태를 추구하게 된 배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들은 이러한 특징을 오히려 장점으로 여기며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맘껏 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이들 성장에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때는 30명에 가까운 유아들이 지도교사들의 인도 아래 이곳을 거쳐갔지만 현재는 7명의 유아들을 문 원장이 홀로 지도하고 있다. 이에 주변 사람들은 학교의 지원으로 재정적 어려움 없이 유아원이 운영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공간과 전기 및 수도와 같은 기본적인 시설 지원 외 별도의 지원은 없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애정을 갖고 있는 관련 학부모들로부터 개별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이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에 대한 문 원장은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말한다. “저는 딸 셋만 키웠는데 주변에서 애들을 잘 키운다고 해서 유아원을 하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유아교육을 전공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 일이 즐겁고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생 부부들이 대학원 아파트에서 그룹을 지어 이곳으로 유아들을 보내기도 했지만 현재 원생 자녀들은 없는 상태다. 주변 보육시설로 아이들을 보내는데 절대거리는 멀지만 셔틀버스 운행으로 체감 거리가 오히려 가까운 탓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일과 시간 내내 아이들을 보육시설에 맡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대유아원은 오전 9시 30분부터 2시 사이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현재 사원들의 복지차원에서 기업 단위로 유아원을 운영하는 사례들은 종종 찾아볼 수 있지만 대학 에서 이런 예는 아직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며 대학원생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대학 입장에서 이를 고려해 볼만하다. 학교 측에서 기혼자 대학원생들을 위한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유아를 위한 지원까지 해 준다면 국내에 좋은 본보기가 될 뿐만 아니라 유아교육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고급전문인력들을 끌어들이는 좋은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원생 부부들의 경우 남편이 대학원생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아내가 직업 전선에 뛰어든 경우가 많이 있다. 아이까지 있는 경우 가계의 경제적 부담은 그만큼 가중된다. 이러한 때 맘 놓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를 맡길 보육시설이 있다면 그만큼 가계가 안정되고 그만큼 연구역량은 증대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실제로 최영주(수학) 교수는 보육시설의 필요성을 학교 측에 건의하기도 했지만 성사되지는 못하였다. 구체적인 내막은 알 수 없으나 현실적 기대효과가 투입 비용에 비해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보육시설을 갖추려면 적정 규모의 아동 집단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능한지에서부터 다른 보육시설과의 중복성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시대의 큰 흐름인 보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운영의 묘미를 살려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검토해 보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