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김상국 동문
[인터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김상국 동문
  • 이현준 기자
  • 승인 2004.06.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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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환경의 급속한 성장으로 국내서도 좋은 연구성과 많이 나와
자기분야서 세계 최고되겠다는 자신 없으면 유학갈 필요없어
-요즈음 우리나라 이공계 인력의 해외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언론보도를 자주 접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는 관점에 따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면은 국내의 우수한 연구인력이 미국과 유럽 등에서 수행하는 최첨단 연구에 참여함으로써 학문적 발전과 동시에 한국인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국내 과학기술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면으로는 해외유출을 들 수 있겠으나, 그 원인이 국내 여건보다 좋은 연구환경 속에서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본인이 창출한 아이디어를 구현하고자 하는 동기라면 이 또한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공계 인력의 국내에서의 푸대접에 그 원인이 있다면 이는 지속적인 국내 연구인력의 감소 및 우수 인재의 이공계 기피로 인하여 오늘날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최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은 더 이상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한민국이 후진국에서 벗어나 중진국으로 진입할 때 우수한 인재에게 비전과 자긍심을 심어 이공계로의 진학을 독려하여 우수한 이공계 인력이 국가 과학기술 및 경제발전을 도모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작금의 이공계 연구인력에 대한 푸대접과 그들이 자긍심을 상실한 상태에서 단지 애국심에 호소하며 이공계 진학을 독려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선진국 진입을 위해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에게 자부심과 적절한 물질적 보상을 주어 그들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일반인처럼 이것저것 모두 신경 쓰며 세계의 유수 연구그룹과 경쟁하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최첨단 연구를 수행할 수는 없다.

연구는 취미로 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세계 유수 연구그룹과 경쟁하며 각고의 노력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정신적·육체적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연구는 일반인 만 명 아니 그 이상이 모여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 사고를 갖고 훈련된 한 연구자의 99% 노력으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 토종박사로서의 교수임용에 언론의 조명이 집중되었는데, 이러한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비서울대라는 이유가 더 큰 이유였던 것 같다. 언론이야 독자들에게 신선하고 충격적인 내용을 보도하려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하시고 훌륭한 연구업적을 갖고 계신 분들이 종종 있다. 최근 경향은 국내 연구환경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오히려 국내에서 학위를 하며 더욱 우수한 연구성과를 달성하는 분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는 더 이상 토종박사 및 비서울대 출신이 서울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다는 사실이 기사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 학사 졸업 후에 외국에서 석사나 박사과정을 밟지 않고 국내에서 학위를 받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사실 나는 학부과정 중에 정신세계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상대적으로 이공계의 물질연구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그래서 석사 및 박사학위에 대한 필요성도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의 석사과정 중에 Co/Pd 나노다층박막을 연구하면서 이공계의 매력에 점점 빠지게 되었다. 즉, “어떤 테마를 정해 세계의 연구동향을 조사하고 내가 해야 할 연구가 무엇이며 해결할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 고민하며 연구에 몰입하다 보니 참 재미를 느꼈다. (물론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지만) 특히 자연계의 진리를 탐구하는 자연과학은 내가 평생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과정 중에 포항공대에서 대학원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는 매우 큰 행운이었다. 연구 기자재 및 연구환경은 국내 최고였으며 세계 어느 대학에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해외로 유학을 가서 연구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그럴 시간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고 김호길 전 총장님과 박태준 설립이사장님께 항상 감사하고 있다. 국내에 굴지의 포항공대를 세우신 그분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여러 후배님들도 포항공대에서 학문을 시작한 것을 감사하며 자긍심을 갖고 학문에 대한 열정을 마음껏 펼쳐보길 바란다.

- 임용 시, 외국 유수의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후보자들과 경쟁했었는데, 소위 토종박사라는 이력이 임용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가

물론 불리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와 같이 후보에 오른 분들 중에 훌륭하신 분들이 많았던 걸로 아는데, 나의 연구업적을 충분히 인정해 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현재 활발히 연구 하고 있는 연구자로서 우리나라 이공계 학계의 미국 의존도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또 이에 대한 생각은

만약 북한에서 노벨상을 탈 수 있는 학자가 있다고 하자. 그에게 노벨상이 과연 주어질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벨상은 한 사람의 연구업적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수상자를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한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려면 지금부터 한국의 과학기술이 세계적으로 알려져야 하며 과학기술에 대한 범국민적인 관심을 세계에 표출하여야 한다. 그 토양이 갖추어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우수한 업적을 창출한 국내 과학자에게 노벨상이 주어지는 영광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연구라 해도 한국에서 수행된 연구와 미국에서 수행된 연구 중에 어는 쪽에 더 큰 가치를 둘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전체적인 국가의 이미지, 즉 경제발전, 정치의 성숙도 등 전체적 국가 신용도가 과학기술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16회 국회의원들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 내에서의 행태도 한국인의 노벨상 배출에 악영향을 끼친다. 심지어는 한국에서 투고한 연구논문의 개재율에도 다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정된 페이지수를 갖는 연구논문에 모든 연구내용을 기술할 수 없어 가장 핵심적인 내용만 기술하는데 나머지는 그 연구그룹의 신용, 심지어는 그 국가의 과학기술력 및 신용도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국 주어진 질문에 대한 결론은 ‘학문의 다양성을 획일적으로 평가하여 비교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단지 평균하여 보면 과학기술은 미국, 유럽국가, 일본 등이 한국보다 적어도 한 수 위라 보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운동경기에서 한 체급위의 선수와 경쟁하는 경우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 박사 후 연구과정(Post-Doc)을 외국에서 했는데, 외국에서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또 국내에서 연구를 하는 것과 비교해서 어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한 경우 외국에서의 포스닥 연구경력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우수한 연구성과를 목표로 한 경우 자연스럽게 우수한 연구환경을 찾게 되고 외국에서 한 번 정도는 연구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박사학위를 할 당시만 해도 포항가속기연구소에 내가 낸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빔라인(실험장치)이 없었다. 그래서 내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실험장치를 갖춘 미국 국립연구소의 하나인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로 포스닥 연구원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즉 내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실험장치가 있는 곳으로 떠난 샘인데, 만약 그 당시 국내에서도 실험이 가능했다면 과연 포스닥 연수를 떠났을지는 잘 모르겠다.

-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단순히 유학을 가야겠다는 목표를 두고 유학준비나 유학을 떠나지 않길 바란다. 자신이 하고 싶은 학문 및 연구분야를 정하고 그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유학을 떠나라. 그 목표달성이 국내에서도 가능하다면 떠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유학을 가기로 정했으면, 철저한 준비를 해서 그 나라의 언어와 사고방식도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