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도호쿠대 재료공학과 학술교류행사
포항공대-도호쿠대 재료공학과 학술교류행사
  • 나기원 기자
  • 승인 2004.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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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차원서 학생들이 주체된 모범적 교류
공동세미나 등 프로그램 개선 필요
올해로 4회째를 맞은 포항공대-일본 도호쿠대학 학술교류행사가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우리학교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2001년 우리대학 신소재공학과와 도호쿠대학 재료공학과가 교류협약을 맺으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매년 상호방문을 통해 학생교류와 학술행사를 갖고 있다. 도호쿠대학은 1907년에 센다이에 세 번째로 세워진 제국대학으로 재료공학과는 일본 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교류행사는 학과 차원에서 교류협약을 맺고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실질적인 교류를 갖는 보기 드문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2002년 국제 재료학회에서 국제교류의 모범사례로 표창받았으며, 2003년 일본 금속학회 주관 세계 재료의 날에서는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포항공대-도호쿠대학 학술교류행사, 양교의 학생들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일 동안 어떻게 보냈을까.

22일 저녁,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도호쿠대학 학생들이 우리대학에 도착했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스낵바에서 테이블을 끌어모으고 학생들을 불러모아 환영회를 급조했다. 주로 2, 3학년으로 구성된 우리 측과는 달리 25명의 도호쿠대학 학생들은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한 명씩 이름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도호쿠대학 학생들은 어색한 발음의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하면서 이 행사를 많이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이후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이미 예전에 이 행사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아는 학생들과 함께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눴지만 처음 참가한 학생들은 조금은 어색하게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둘째날인 23일 아침부터는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도호쿠 측에서는 대학의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으로 준비했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준비기간동안 학생들이 진행한 실험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여 발표했다. 이 행사에 3회째 참가하고 있는 서형석(신소재 02) 학우는 “처음 세미나 발표를 할 때 우리는 책에 있는 내용을 발표했는데 비해 도호쿠에서는 직접 하고 있는 실험이나 자신이 속해있는 연구실에 대해 발표하는 걸 보고 충격이었다”며 “이제는 우리도 직접 실험을 하고 그 내용을 발표하는 좀 더 발전된 모습의 세미나를 준비해야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도호쿠 측에서는 각국의 서로 다른 식습관과 음주문화를 소개하고 양국의 연예인을 비교하는 발표를 가져 큰 호응을 얻었다. 문화세미나를 준비한 도호쿠 학생들은 모두 같은 검은색 양복을 입고 나와 발표를 진행하며 일본에서 ‘욘사마’라고 불리는 배용준의 사진을 보여주며 배용준의 미소가 일본에서 ‘욘사마 스마일’이라고 불리며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하며 사진과 같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 양국 학생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후 이어진 방사광가속기 견학. 일본어로 된 설명을 들으며 도호쿠의 학생들은 흥미를 보였다. 다음 일정으로 교직원식당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환영의 밤 행사를 갖고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도호쿠 학생들이 준비해 온 티셔츠를 양교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이후 교내 주점인 통나무집에서 환영의 밤은 계속 이어지며 학생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도호쿠의 학생들은 소주가 맛있다고 말하며 우리학교 학생들과 서툰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영어로 하는 의사소통이 생각보다 어려워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없으며 지금의 행사는 상대가 외국인일 뿐 그저 술을 먹고 노는 것뿐이지 않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셋째날인 24일에는 아침부터 저녁 즈음까지 첨성대, 불국사, 천마총, 경주국립박물관 등 경주의 주요 명소를 둘러보는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 있었다. 도호쿠의 학생들은 불국사를 보고 일본의 절인 호류지와 비슷하다며 호류지가 조각되어있는 10엔짜리 동전을 보여주고 석굴암에서는 불교 제의에 대해 우리 학생들에게 물어보는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을 보였으나 곧 쉴 새 없는 일정에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뿐만이 아니라 도호쿠의 학생들이 우리학교를 방문했던 지난 2002년에도 경주 관광이 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정형화된 유적지 관광을 일정에 포함시키기보단 좀 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어보였다.

경주에 다녀오는 길에 도호쿠 쪽에서 대접한 저녁을 먹고 이날도 어김없이 술자리가 이어졌다. 이미 지난 밤 술을 많이 마셨던 우리 학생들은 자리에 많이 나오지 않았고 이미 서로 많이 친해진 학생들이 나와 통나무집에 이어 자리를 옮겨 늦은 밤까지 술자리를 가졌다.

25일 토요일 아침에 도호쿠의 학생들은 서울로 떠났다. 이 날 우리 측 몇 명의 학생들과 도호쿠 학생들은 서울에서 경복궁과 명
동 근처를 돌아다니며 관광과 쇼핑을 즐기다 다음날 아침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이렇게 5일간의 학술교류행사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이 행사에 참가했던 도호쿠 측의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좋은 반응을 보였다.

호즈미 노리미츠(3학년) 군은 “이처럼 외국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며 이 학술교류
행사에 의미를 부여했다. 예전에 이 행사에 참가했었던 사와다 히데토시(4학년) 군은 포항공대의 학생들을 오랜만에 다시 볼 수 있게 되어서 반가웠다고 말했다. 다른 도호쿠의 학생들 역시 대체로 양교 학생들 간의 친교를 쌓고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행사가 너무 짧은 것 같다며 좀 더 긴 시간 동안 양교의 학생들이 함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세미나에서 같은 주제를 가지고 학술세미나를 한다거나 좀 더 포항공대에 대해 소개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다른 곳보다 학교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일정을 첨가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포항공대의 학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반면에 우리 학생들은 조금 아쉬이 남는다는 편이었다. 김기수(신소재공학과 03) 학우는 “도호쿠대학 학생들과 친목을 도모한 점은 좋았지만 기대했던 학술교류와는 조금 달랐다”고 말했다. 이 행사에 처음 참가한 학생들의 상당수는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또한 지금처럼 1년에 한 번 하는 일회성 행사가 매년 계속되어서는 ‘교류’라는 원래의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아쉬운 점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이 학술교류행사가 신소재공학과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방학이 끝날 무렵부터 세미나를 준비하며 이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행사의 다른 일정에도 참여하게 되었으며 세미나 준비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은 행사의 진행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기도 했다. 신소재공학과에서는 행사기간동안 전공강의를 하지 않도록 교수들의 협조를 부탁했으나 이 또한 순탄치만은 않았다.

행사가 끝난 후 도호쿠대학의 재료공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포항공대-도호쿠대학간 학술교류행사 홈페이지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그 해 있었던 행사 홈페이지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2004년 홈페이지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이는 나중에 확인해보니 준비 부족으로 미처 만들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2001년에는 참가했던 사람들의 연락처나 사진을 올려놓는 게시판 등이 활성화되어있는 반면에 시간이 지날수록 홈페이지가 만들어져 있어도 내용이 부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홈페이지에 만들어진 게시판에는 최근에 쓰여진 글이 거의 없었다. 예전의 교류행사에 대해 사전 정보를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준비하면서 아쉬움을 느낀 학생들과 교류행사 동안 사귄 친구들과 다시 연락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이 홈페이지를 통한 양교 학생들간의 상호 연락과 매년 있는 행사간의 연계는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공동으로 학술세미나를 준비한다거나 하는 새로운 시도도 가능할 것이다.

포항공대-일본 도호쿠대학 학술교류행사가 공짜 관광, 단순히 외국인과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는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 진정한 모습의 교류가 되기 위해선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