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대학 학생벤처활동 탐방
타대학 학생벤처활동 탐방
  • 강진은 기자
  • 승인 2004.06.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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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 취업문 창업으로 뚫는다
각 대학 창업동아리 활동 활발···기업가 정신 배우자 ‘붐’
“조용히 좀 하세요! 아시다시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청년실업이 50만을 육박하는 이 때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모 방송사 시트콤에서 소심하고 고지식한 고시생이 입버릇처럼 외는 말이다. 즐겁게 웃으라고 만드는 것이 시트콤이라지만, ‘청년실업 50만 시대’의 현실은 결코 즐겁지 않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대학 졸업 시즌이었던 지난 2월 청년(15~29세)실업률은 총 청년인구의 약 9.1%인 46만 정도였으며, 4월 현재 34만 4천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갈수록 좁아져 가는 취업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모두가 안간힘을 다해 몸체를 줄이는 지금, 내 몸에 맞는 문을 직접 뚫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다. 각 대학 창업동아리 학생들이 바로 그들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창업동아리들은 ‘한국창업대학생연합회(KOrea Student Entrepreneurs Network, 이하 KOSEN)’라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창업동아리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98년 즈음이었다.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에 경제주권을 이양하게 된 이른바 IMF 사태가 발발하여 각계의 파격적인 구조조정이 실시되면서, 말 그대로 실업자가 ‘넘쳐 나는’ 상황이 연출되고야 말았다. 타계책으로 곳곳에서 벤처 창업 붐이 일었고, 정부 역시 그를 적극 지원하며 각 대학 창업동아리의 활동도 덩달아 활발해졌다. 98년, 이른바 닷컴 전성시대가 열리며 다음 이재웅 사장,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 등의 인터넷 영웅이 나타났다. 이러한 벤처 붐을 타고 각 대학의 창업 동아리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각 지역에서 연합이 생성되었다.

부산·울산 대학생창업동아리연합회(Pusan Ulsan students Venture Business Association, 이하 PUVA) 회장 김정은(동서대 I.N.G)씨는 “PUVA는 98년 3월 동아대, 부산대, 동서대, 해양대 4개 대학을 주축으로 설립되었으며, 순수하게 자발적인 모임이다. 이후 각 지역 연합이 생겼고, 99년 3월 모든 지역 연합이 통합되어 지금의 KOSEN이 탄생했다. 하지만 닷컴 전성기는 금방 거품이 빠졌고, 코스닥 등록으로 소위 ‘대박 터트리겠다’는 식의 도전은 더 이상 먹히지 않았다”며 “IT가 주류였던 업종도 기계, 화학, 한의학, 소창업 등으로 세분화됐고, 더불어 올바른 기업가 정신을 배우자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살아남은 창업동아리들은 확실히 강해진 모습으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6월 현재 KOSEN에 등록된 동아리는 518개로 10,158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2/3 이상이 이공계 학생들이다. 사업계획서 작성법, 홈페이지 구축법 등 창업관련 실무를 배우는 것, 창업아이템 선정과 사업계획 수립 등 일반적인 창업준비 활동에서부터 창업경진대회 준비나 외부 프로젝트 수주 및 수행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개최, 사업성 여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것은 기본이다. 20여 회가 넘는 창업스쿨을 통해 8천여 명의 대학생이 창업지식을 배우고 창업마인드를 함양할 수 있었고, 실제 200여 개의 대학생 창업기업이 운영되는 등 실지로 창업을 하는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한중대학생 벤처포럼과 한일 벤처교류전, 지난 4월 KT&G 한중일 대학생 창업교류전과 같은 굵직한 행사를 이끄는 등 해외교류를 통한 창업 네트워크의 글로벌화 추진에도 적극적이다.

김정은씨는 “기술·인적 중심의 네트워크를 통하여 인맥을 형성하며, 대학 내의 생산적 문화집단이라는 인식과 사회생활을 탄탄히 준비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KOSEN이 가지는 의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라며, 아울러 “창업동아리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과 확실히 다르다. 직접 사회와 부딪히며 학교 안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워나가는 우리들은 시각이 넓어지고 마인드가 깰 수밖에 없다”며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청년실업은 정부와 대학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희생양이다.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채 기껏해야 아르바이트 자리를 만들어주는 정도에 그치는 미봉책으로 일관하는 정부, 뜬구름 잡는 이론에 치우친 교육뿐인 대학은 사회가 원하는 실력자를 길러낼 수 없다. 허나 지금 이순간, 뜨겁게 뛰어오르는 벗들의 심장박동이 느껴지지 않는가?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이들의 열정과 노력에 진심어린 갈채를 띄운다.

(KOSEN : http://www.kosen.or.kr / PUVA : http://www.puv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