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여학생회 짝언니 제도
[진단] 여학생회 짝언니 제도
  • 나기원 기자
  • 승인 200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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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짝짓기’로 여성과학자 네트워크 디딤돌 ‘쌓기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문제를 먼저 같은 과정을 밟아온 사람과 상의하고 이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면 문제를 좀 더 현명하게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장점을 제도로 만든 것이 멘토링(mentoring)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멘토(mentor)라는 말은 ‘경험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 혹은 후원자’를 뜻하고, 멘티(mentee)는 ‘멘토에게서 도움을 얻는 사람’을 말한다.

15대 여학생회에서는 이러한 멘토링 중 하나로 짝언니-동생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는 작년 14대 여학생회서부터 기획되던 행사로 학부생과 대학원생에 관계없이 여자선배 한 사람과 여자후배 한 사람을 짝언니-짝동생으로 엮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커플(?)이 이루어진 후에는 여학생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여학생 커뮤니티에 짝언니-짝동생의 게시판을 만들어주고 4월 28일으로 예정되어있는 여학생의 밤에 초대되기도 하며 예쁜 사진 콘테스트나 짝자매 칭찬 등을 벌여 영화표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준비될 예정이다.

여성부에서 여성 사이버 멘토링이 진행되고 있고 과기부에서는 이공계 여성을 위한 WISE(Women Into Science and Engineering) 프로그램을 진행할 만큼 사회에서 여성의 네트워크, 특히 이공계 여성의 네트워크는 강조되고 있다. 이 WISE 프로그램은 역할모델이 되는 여성 과학자들과의 멘토링을 통해 여성 과학 기술인으로서 자질을 쌓아가고 이공계 여성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통해 이공계에 있어 여성의 역할을 늘리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고 해도 소수자로서 받는 사회문화적 불이익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특히 다른 분야보다도 성적으로 소수이며 같은 길을 걷는 동료인 이공계 여성으로서 진로를 함께 고민하고 상담할 수 있으며 원활한 사회 진출의 발판이 되어줄 수 있는 선*후배 여성 과학자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남성이 많은 이공계 대학인 우리 학교에서는 여성으로서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여자 선배가 하나도 없었다는 어느 여학우의 말처럼 실제로 학교 생활을 하면서 동성의 선배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이 제도에 신청한 여학우들도 “동성 선곂캣瘟@?관계가 심리적인 안정이 큰 역할을 할 것이며 특히 남자 일색인 대학원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회에서 장려되고 있는 이공계 여성 멘토링과 같이 진로를 상담하고 같은 여성 과학자의 길을 걷는 동료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짝언니-동생 제도를 통해 만난 선배는 역할모델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포항공대 안에서 같이 생활하고 과학자의 길을 걷는 후배 여학우들에게 현재의 여성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는 달리 서로를 같은 길을 걷는 동료로 인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 여성 과학자들이 제 역할을 다 해낼 수 있게 할 수 있다.

이 제도를 잘 이끌어나가기 위해선 많은 준비와 관심이 필요하다. “짝언니-짝동생 관계가 이루어진 후에도 돈독한 관계 유지를 위해 짝언니와 짝동생이 될 학우들의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여학생회 측에서도 함께 요리하기, 메이크업 해주기와 같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둘의 데이트 비용을 지원하는 등 확실하게 관계를 굳히기 위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신청자들은 입을 모았다. 또한 이러한 취지의 짝언니-동생 제도가 단순히 신변잡기를 함께 할 수 있는 마니또 만들기에 그치지 않고 이공계 여성 네트워크 만들기라는 멘토링의 원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여학생회와 지원자들의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아직 여학생회 측에서 본격적인 홍보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여자기숙사 1층에 붙여진 신청용지에는 아직 빈 칸이 너무도 많이 남아있다. 좀 더 포항공대의 여학우들이 여성이라는 입장에 매이지 않고 한 사람의 과학자로서 연구할 수 있고 생활할 수 있는 살기 좋은 포항공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학생회 뿐만이 아니라 모든 여학우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