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대탐험 취재기
이공계 대탐험 취재기
  • 황정은 기자
  • 승인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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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완성, 포항공대 매니아 만들기

리 학교는 홍보중심 대학’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우리 학교의 고등학생에 대한 홍보는 강력하다. 그리고 그 홍보의 중심에는 학생선발팀과 알리미가 있다. 예비 신입생에 대한 관리가 얼마나 철저한지 권수길 학생선발팀장은 “우리 학교에 나를 세 번 이상 만나지 않고 입학한 학생이 드물다.”고 말하곤 한다.

이공계 대탐험은 방학 때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열리는 행사로, 여름에는 일반 인문계고 2학년 성적 우수자를, 겨울에는 특목고 1학년 학생들을 캠퍼스에 초청하여 우리 학교의 우수한 교육겳П?시설을 체험케 하는 행사다. 이번 행사는 8월 6일부터 2박 3일 동안 일반 인문계고 2학년 223명을 초청하여 입시설명, 동아리 소개, 학과 탐방, 과학 관련 콘테스트, 시설견학의 일정으로 짜여 있었다. 전반적으로 새내기 새배움터(이하 새터)나 수시모집 합격자 초청캠프와 비슷한 일정이다.

이공계 대탐험을 준비하는 알리미는 16명 정도로, 준비 상황을 총괄하는 알리미 ‘짱’ 정혜경(신소재 01) 학우와 동아리섭외 팀, 레크리에이션 팀, 촛불행렬 팀, 과학관련 콘테스트 팀 등 네 개의 팀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학생선발팀 담당직원이 알리미를 지휘하고 지원했다. 나는 과학 콘테스트 팀에 들어가고 8조 조장이 되었다.

아이들이 일정을 시작했는데도 둘째날 밤에 공연하기로 한 동아리들과의 조율은 난항을 겪고 있었다. 동아리 사정도 좋지 않은 모양이었지만 리허설을 못하겠다는 데에는 알리미들도 속이 상했다. 200명 이상의 관객이 보장되고 보수를 받는 공연인데도 이렇게 무성의하다면 공연을 취소시켜버리자는 말도 나왔지만, 알리미 짱은 “그래도 우리가 부탁하는 입장이니까 서로 잘 조율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첫 날인 수요일 밤에는 2시까지 조별로 콘테스트에 제출할 문제 답안을 내고 나무젓가락, 고무줄 등으로 탑과 다리를 만들었다. 이것은 2003년 새터에서 신입생들이 분반별로 도미노를 만들었던 것과 같은 성격의 행사로, ‘공대스러운’특징을 잘 살려 아이들이 서로 협동하게 하는 행사였다. 완성된 작품에 힘을 가해 어느 것이 더 잘 견디느냐를 테스트하는 것도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목요일 낮의 학과대탐험은 각 과에서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 이공계 대탐험이 끝나면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각 과에 피드백을 해왔는데, 그 덕분인지 작년보다는 만족도가 조금 높아진 것 같다고 알리미들은 말했다. 그러나 바쁜 연구실에 고등학생들이 구경하러 오는 것을 연구원이나 대학원생들이 달가워 할 리 없었기 때문에 일부 과에서는 아이들이 찬밥 취급받는 일도 있었다.

목요일 밤 일정은 즐기기 위주로 짜여졌다. 과학 콘테스트, 동아리 공연, 그리고 촛불행렬 등이 목요일 밤 프로그램이었다. 과학 콘테스트는 알리미들이 흥미진진하게 진행했을 뿐 아니라 심사평을 학술적으로 한 덕분에 ‘있어 보이게’하는 데도 성공했다. 동아리 공연 때는 알리미들이 민망함을 무릅쓰고 무대 앞에서 헤드 뱅잉을 하는 등 분위기를 띄우려고 애써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조 아이들 몇몇은 “고등학교에도 저만한 동아리는 다 하나씩 있는데걖걾?라며 다소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어떤 알리미의 말처럼 ‘어차피 재미있자고 하는 것 뿐’이긴 하지만, 대학 문화의 특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볼거리를 모색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금요일 오후의 설문조사를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이 끝나고 아이들은 돌아갔다. 아직도 아이들은 Daum에 카페를 만들어 서로 연락하며 지낸다고 한다. 이 아이들이 2004년, 2005년의 입시에서 우리 학교의 든든한 지지층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아이들의 분위기도 예전 같지는 않은 모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가자에 따르면 이공계 대탐험에 참가했던 아이들은 크게 우리 학교를 선망하는 ‘매니아형’, 여러 학교들을 두루 모색하고 다니는 ‘탐색형’, 우리 학교에 진학할 생각이 전혀 없으면서 단순히 놀러 왔을 뿐인 ‘무관심형’으로 나뉜다. 탐색형과 무관심형이 생각보다 많다고 이 참가자는 덧붙였다. “탐색형은 입시설명만 있으면 어디든 찾아가요. 공부깨나 하는 애들이 모인다니까 다른 애들은 공부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와봤다는 애들도 있어요. 무관심형은 벌써 의대 가겠다고 결정한 애들이에요. 우리 조에도 두 명이 그랬는데, 왜왔냐고 하니까 공짜 캠프니까 놀러 왔다고 그러더라구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입력만 되어 있고 분석은 아직 안 된 상태다. 그러나 이 아이의 말대로 내가 입력한 설문지 30 여 명분 중에 두 명이 1, 2지망 란에 모두 의예, 한의예 계열의 대학과 학과를 적은 것을 확인했다. 알리미들의 이공계 대탐험 일기는 ‘참 보람 있었다.’라고 끝나버려서는 안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