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 식비 인상
[78 오름돌] 식비 인상
  • 유형우 기자
  • 승인 2007.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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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비 인상 문제로 대학이 한동안 시끄러웠다. 학생들의 불만이 식비를 올리는 것 자체에 대한 불만인지, 아니면 식비를 올리는 과정에서의 불만인지 어느 하나만 콕 집어서 얘기하긴 힘들 듯하다.
우선 식비를 올리는 것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학생들의 반대 이유는 식질 개선이다. 비록 복지회에서 발표한 이번 식비 인상의 주된 이유에 ‘식질 개선’이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지만, 학생들은 이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식비가 오른 때는 지난 2003년이다. 당시에는 식비를 올리면서 식질 개선의 일환으로 식사 후 먹을 수 있는 후식거리를 함께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현재 학생식당에서 제공하는 조식 혹은 중·석식에서 후식거리라고 할 만한 것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복지회로서도 그 간의 식재료비의 과다한 인상 등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겠지만, 어느 새인가 자연스레 식비 인상을 하기 전의 상황으로 돌아오고 만 것이다. 그렇게 불거진 복지회와 학생들 간의 불신은 해가 갈수록 풀리기는커녕 더욱더 깊어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식비를 올리는 과정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은 이번 식비 인상 건도 사전에 학생들과의 조율과 사전 통보 없이 복지회에서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불만을 표한다. 그러나 복지회의 얘기는 다르다. 복지회에서는 이미 충분한 사전 공지를 하였고, 학생들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복지회 학생 이사들과 사전 조율을 거쳤다는 것. 그렇다면 어디서 문제가 생긴 것일까?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는 복지회의 의견을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줄 책임이 있는 총학생회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처음 복지회에서 식비 인상 건에 대한 초안을 발표했을 때 총학생회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를 복지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미 식비 인상이 잠정적으로 결정이 되고서야 학생들에게 이를 통보한 것이다. 그나마 중간 과정의 실수로 인해 학생들에게 배송된 메일에는 그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학생들은 교내 비공식 게시판인 Posb를 통해서만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내용자체도 일반 학생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용어가 많이 섞여있고, 명확히 정리되지 못해 이해를 하는데 어려움이 따랐다.

그 후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는 했으나, 설문조사의 문항이 식비 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학생도 있을 터인데 문항 내용은 이미 식비가 오른다는 사실을 기정사실화하고 진행되어 학생들의 빈축을 샀다. 늦게나마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 다행이었으나, 그 전까지의 대응은 다소 불만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식비 인상은, 어느 일보다 관련 구성원들 사이에서 보다 심도 있는 협의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이번처럼 구성원들 사이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그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한 점은 앞으로 시정해야할 문제이다. 특히 복지회의 경우 주요 수요자라 할 수 있는 학생들과의 불신의 골을 메우는 것이 시급하다.

지난 교원임면권 문제에서도 경험했듯이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만다. 이번 식비 인상 건도 그러하다. 복지회가 보다 학생들의 의견을 많이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총학생회가 정보를 명확하게 학생들에게 알려주었다면 현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번 일을 교훈삼아 앞으로도 관련 구성원들 사이에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을 때,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