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 대화는계속되어야 한다
[78 오름돌] 대화는계속되어야 한다
  • 이홍재 기자
  • 승인 2006.1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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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7일, 교원 임면권 사태와 관련하여 우리대학은 법인본부장 김두철 상무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가 열렸던 중강당에는 좌석을 모두 메우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학우들이 몰렸다. 이러한 문제에 관해 무관심하다고 여겨지던 학우들이 현 학교의 문제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인 것은 분명히 좋은 현상이다.
본래 간담회의 사전적 의미는 ‘정답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즉 간담회는 기본적으로 대화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포스비 등에서 이루어지던 한정된 사람들 사이의 토론이 이러한 자리를 통해 보다 많은 학우들 앞에서 이루어지고, 또한 법인본부장을 통해 학우들의 입장이 이사회에도 전해질 수 있다면 이번 간담회는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간담회는 그렇지 못했다. ‘대화’가 성립될 수 없었다. 학생들은 의사를 전달하기를, 요구한 바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변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간담회에 참석한 반면, 법인본부장은 이사회의 실무자로서 이 일의 배경을 설명하러 온 것이었다. 따라서 학생들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한 채, 법인본부장은 학생들의 이사회 결정에 대한 비판 한 가운데 놓인 채 2시간가량의 간담회가 막을 내렸다.

이번 교원 임면권 개정이 문제가 된 이유 중 하나가 교내 구성원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구성원들의 의사가 충분히 수렴되지 않은 채 진행되었다는 점이었기 때문에, 학우들은 이번 간담회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할 진정한 의미의 대화를 기대했다. 그럼에도 이것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애석한 일이다. 이런 일이 반복됨으로써 불신의 골이 깊어 가게 되면 결과적으로 우리대학의 발전에 있어 큰 장해요인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법인본부장은 이사회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없으며, 이사회 역시 대학과 비전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학생으로부터 반발을 살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서로간의 의견 교환이 단절된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신뢰를 요구할 수는 없는 법이 아니겠는가.
한편, 필자가 느낀 또 한 가지는, 이 자리가 무의미한 대화의 장이 된 것에는 학생들의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번 간담회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사태의 본질에 관한 핵심적인 질문을 던진 학우들도 있었지만, 논점에서 벗어난 감정적인 발언으로 대화의 흐름을 끊는 학우들도 상당수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언들의 문제점은, 이로 인해 핵심적인 사항에 관한 응답들이 오히려 묻혀버리는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발언들이 장황하게 이어진 뒤 박수갈채가 이어지는 것도 필자로서는 보기 좋지 않았다. 서로 간의 대화를 이끌어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자리에서 소위 ‘공격’이 가해질 때마다 박수가 이어지는 상황은 분명히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현재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좀 더 사태를 담담하게 보는 자세이다. 간담회 당시 학우들은 너무 달아올라 있었다. 중강당을 가득 메우고 넘칠 정도로 많은 학우들이 모인 것은 좋았으나, 해야 할 말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상태였다. 이 모든 일에 대해 학우들은 충분한 숙고를 거쳐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자신의 입장이 명확히 정해졌을 때, 진정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이 사태를 헤쳐 나가야 할지 보일 것이다.

이번 간담회는 현재 우리대학의 앞날을 전망할 만한 기회가 될 수 없었다. 앞으로 우리대학이 어떤 길을 가든 간에 그 길은 모든 구성원이 서로 신뢰하는 가운데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