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오름돌] 룸메이트
[78오름돌] 룸메이트
  • 유형우 기자
  • 승인 2006.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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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은 타지에서 온 학우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면 적어도 2명, 많게는 3명의 학우가 한 방을 쓰게 된다. 쾌적한 기숙사 생활을 영유하기 위해서는 자연히 룸메이트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특히 신입생의 경우 그 전까지 알지 못하던 생면부지의 사람과 같은 방을 쓰게 되는데, 여기서 종종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같은 방을 쓰게 되면 이런 저런 트러블이 생기기 마련인데, 하물며 전혀 모르던 사람과 방을 같이 쓰게 되면 더 복잡해 지지 않겠는가.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후의 진행 상황에 있다. 친한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평소 활발한 의사소통을 해왔기 때문에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모르는 사람의 경우에는 서로 마음 속 앙금이 생긴 채로 입을 닫아버리기 일쑤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서로 잘 모르던 사이가 한번 이렇게 뒤틀리게 되면 누가 먼저 앙금을 풀고 다가오지 않는 이상 꽤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게 된다. 의사소통이 단절되는 것이다.

수업 외의 많은 시간을 기숙사에서 보내는 특성 때문에 적어도 우리대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단위는 룸메이트일 것이다. 헌데 룸메이트와의 관계가 단절된다면 이는 마치 커다란 건물이 주춧돌부터 삐걱거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포스테키안이라면 그 누구를 막론하고 머지않아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게 될 것인데, 이때 인간관계는 자신이 활동하는 분야에서 능력 이상으로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룸메이트와의 관계도 잘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점점 방대해지는 인관관계를 잘 유지하여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한 친구의 하소연 때문이다. 그 친구의 경우 룸메이트와 거의 3달 동안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학기 초부터 이런 저런 트러블이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지 않고 별다른 대화 없이 넘어가다보니 그것이 쌓이고 쌓여 어느덧 기본적인 대화조차 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던 것이다. 친구에게 자존심을 버리고 먼저 대화를 시도해 보라는 충고를 하였고, 며칠 후 환한 얼굴로 룸메이트와의 관계를 회복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적어도 직접 들은 이와 비슷한 사례만 해도 열 번이 넘으니, 전체 학생의 경우에는 더욱 많을 것이다. 잠자는 시간을 합쳐 하루의 삼분의 일 이상을 기숙사라는 좁은 공간에서 함께하는 룸메이트와 대화가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있기 어려운 일인데도 말이다.
끊어진 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것은 앞선 친구의 예처럼 먼저 자존심을 버리고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다지 거창할 필요도 없다. 열심히 공부하다 지쳐 잠깐 잠이든 룸메이트의 책상에 힘내라는 메시지 한 장과 함께 커피 한 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