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 사제지정(師弟之情)
[78 오름돌] 사제지정(師弟之情)
  • 안준형 기자
  • 승인 2006.09.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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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동대에 갈 일이 있었다. 육거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약 20분 쯤 외진 곳으로 들어가니 한동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변이 논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평평하고 넓게 펼쳐진 캠퍼스는 우리대학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두고 설립된 학교라 그런지 교내에 붙어 있는 대자보의 대부분이 기독교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이채로웠다. 뿐만 아니라 Handong Global University라는 영문 이름답게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과 한국인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와 같이 한동대는 우리대학과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이색적인 것은 건물 안에 있는 교수님 방의 풍경이었다. 방문 앞에는 학생들이 꾸며 놓은 것으로 보이는 형형색색의 색지들이 붙어 있었고, 그 안에는 ‘교수님 사랑해요’와 같이 사제 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문구들이 가득했다. 또 어떤 교수님 방 앞에는 교수님과 학생들이 한데 어울려 정겨운 포즈로 찍은 사진들이 붙어 있었고, 또 다른 방 앞에는 학생들에게 어떤 교수가 되겠다는 다짐이 실린 교수님의 글귀가 써 있기도 했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교수님들의 방이 강의실 바로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어 학생들과 교수님이 수시로 정답게 인사를 나누는 것이 아닌가.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눈 교수님과 학생은 서로 요새 근황을 물어보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마치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복도를 지나면서 친한 선생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풍경 같았다.

이렇게 사제 간의 관계가 친밀한 한동대의 모습을 보며 기자는 내심 부러움을 느꼈다. 우리대학의 경우, 강의 시간 외에 교수님과 자리를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일 년에 한두 번 하는 지도회식 때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교 분위기 탓인지, 가끔 학생이 정정원에 싸인 받으러 교수님을 찾아뵈면 교수님께서 지도학생을 못 알아보시고 “학생은 누군가?”하고 물어보시는 머쓱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날로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세상 속에서, 우리POSTECHIAN들도 모두 바쁘다는 핑계로 교수님을 찾아뵈는 일을 너무 등한시 한 것은 아닌지. 쌀쌀한 가을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요즘, 따뜻한 커피 한 잔 뽑아들고 교수님 방을 찾아가 정답게 사제 간의 이야기 꽃을 피워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