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 ‘된장녀’
[78 오름돌]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 ‘된장녀’
  • 김주영 기자
  • 승인 2006.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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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녀의 하루’라는 인터넷 만화를 기폭제로 하여, ‘된장녀’란 단어는 많은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패션 에디터는 자신은 최대한 경제적으로 의복을 구입하여 패션계의 동향을 따라간다며 잡지에 글을 투고했다. 그러면서 누가 ‘된장녀’라고 하면 “그래, 나 된장녀다. 그래도 열심히 살고 있다, 왜?”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단다. 열심히 살던 사회인이 ‘된장녀’란 단어 때문에 자신의 생활과 직업을 되돌아보고 이것을 긍정하게 된 사연의 글이다.

이 외에도 많은 여성들이 ‘된장녀’란 소릴 들을까봐 예전처럼 스타벅스에 가기 꺼려진다고 한다. 혹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 ‘된장녀’라고 인터넷에 올릴까봐 걱정된다고 한다. ‘된장녀’란 단어는 여성들의 소비 욕구를 제약하기도 한다.

신조어 ‘된장녀’는 이렇게 힘이 세다. 여성들이 자신을 돌아보게도, 또 그들의 욕구를 억누르게도 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신조어 ‘된장녀’는 무엇 때문에 생겨난 것일까.

‘된장녀의 하루’에는 ‘된장녀’와 그녀의 은행 및 사진기사인 남자가 있다. ‘된장녀’는 약속시간에 늦고도 미안해 할 줄 모른다. 또 비싼 식사와 쇼핑에 드는 비용을 남자가 모두 지불하게 한다.

‘된장녀’는 남자의 소득수준은 고려하지 않은 채, 당연하게 ‘남자가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반면 남자는 ‘된장녀’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 주다가 하룻동안 지출한 금액을 계산해보곤 분노하고 좌절한다. 그러나 만화 전체에 걸쳐 남자가 ‘된장녀’에게 ‘왜 약속시간에 늦었니?’, ‘이렇게 비싼 물건을 살 돈은 없어’라 말하는 대화는 없다. 그녀가 원하는 스타일의 데이트에 맞춰 행동하고 난 후, 분개할 뿐이다.

만화의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두 주인공이 소통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여자가 남자의 입장을 생각하여 갖고 싶은 물건을 사줄 수 있는지, 비싼 식사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남자는 많은 돈을 지출하기 부담스럽다면 여자에게 ‘저렴한 식사와 쇼핑을 하자’라든지 ‘돈을 반씩 내도록 하자’고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인터넷에서의 ‘된장녀’ 열풍도 마찬가지이다. 누리꾼들의 활약으로 인해 ‘된장녀’의 의미는 만화 속 여주인공으로부터 ‘스타벅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여자’, ‘유행에 따라 옷을 구입하는 여자’ 등으로 확대되었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소비하던 여자들이 갑작스레 욕을 먹게된 격이다. 이것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힌 가족과 친구가 아닌, ‘타인’에 대해 논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듯 하다.

비난을 해도 평소 생활에 지장이 없고, 다른 ‘네티즌’과 맞장구 쳐가며 쾌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서 네티즌들이 여러 유형의 여자들을 상정하고 ‘된장녀’란 딱지를 붙이는 것이 활성화되었다. 여성들의 소비 취향을 무시하는 이런 활약이 여성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남자가 돈을 내야한다’는 통념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그러나 이런 통념에 따르기보단 남겳ʼn?대화를 통해 경제적인 면을 배려해가야 할 것이다. 또한 서로의 소비 취향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기보단 존중해 주어야 한다. ‘된장녀’란 딱지를 붙이며 비난하기보다는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가 장기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