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IAN!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자
POSTECHIAN!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자
  • 정현철 기자
  • 승인 2006.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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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생, 자부심을 갖자

중앙일보 대학평가 최근 4년 연속 1위, 1998년 Asiaweek지에 아시아권 공과대학 1위… . 우리대학 학생들은 항상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이를 활용할 줄 아는 이들은 의외로 많지 않은 듯하다. 만약 우리대학의 우수한 교수진과 연구시설, 뛰어난 학생이 단지 타 대학과 비교우위를 가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이처럼 안타까운 일은 있을 수 없다.
최근에 가속기의 구조와 원리에 대해 여쭈어 볼 목적으로 물리학과의 교수님 한 분을 찾아뵌 적이 있었다. 교수님의 바쁜 일정상 밤 10시가 다 되어서 뵈었는데도, 2시간이 넘게 말씀을 하시며 물리학적 지식이 부족한 나에게 친절히 가르쳐 주시던 모습이 기억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이러한 일은 비단 이공계 교수님을 찾아뵈었을 경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재 작문 수업을 듣고 있는데, 작문을 한 편 썼더니 교수님이 원고지에 빽빽하게 첨삭해 주신 것도 모자라 따로 A4용지에 추가로 써서 나누어주셨다. 문득 고등학교 때 글 한 편당 15,000원을 내고 논술교육기관의 첨삭을 받았던 것이 생각났다. 교수님께서는 숙제 외에도 평가를 받고 글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와도 괜찮다고 하셨다.
필자가 신문 기자이기 때문인 이유도 있겠지만, 이렇듯 취재를 목적으로 하든 개인적으로든 우리대학의 교수나 연구원, 행정직원 분께 만나 뵐 시간을 요청했을 때 거절한 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질문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 자신의 일을 미루어가며, 차까지 대접해 주는 모습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이 뿐인가. 한 친구는 2학년인데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교수님 한 분과 접촉하여 실험실에서 배우고 있다. 이제 갓 전공을 배우기 시작한 학생이 수억원대의 기기를 다루어 볼 수 있다는 것은 아마 우리대학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며칠 전 전공 수업을 듣다가 문득 깨달은 것이 있었다. 그 수업은 타 학과 학생들은 거의 없고, 수강 인원이 대략 40명 정도 된다. 그러다보니 수업 중에 교수와 학생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몇몇 학우들을 중심으로 창의적이고 가치있는 질문이 빈번하게 제기되었으며, 교수님은 진도 맞추랴 질문에 답하랴 분주한 모습이셨다. 며칠 전 아시아에서 3번째로 꼽히는 싱가포르국립대에서 교수님이 오셨을 때, 그분은 한 강의에서 맡고 있는 학생 수가 140명 정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이렇게 소수 인원으로 활발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대학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있을까?
학교를 조금만 둘러본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곳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 학우들이 단지 신문이나 인터넷을 보며 “어, 우리대학 또 1등?? 역시…”와 같이 이제는 ‘진부한’ 표현으로 굳어버린 말만을 하기 보다는, 대학을 직접 발로 뛰어 다니며 왜 1등인지 직접 실감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