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제 시간 지키는 ‘Postech Time’으로 바꾸자
이제는 제 시간 지키는 ‘Postech Time’으로 바꾸자
  • 안준형 기자
  • 승인 2006.03.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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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이래저래 모임이 많은 시기이다. 개강과 더불어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소속된 과, 분반, 동아리의 개강총회, 대면식, MT 등과 더불어 고교 동문회, 출신 지역 향우회까지, 어떤 날은 하루에 모임이 두세 개씩 잡히기도 한다. 다들 학기 초라 어수선하고 정신없긴 하지만, 방학 동안 못 봤던 친구, 선후배를 만나고, 새로운 신입생 얼굴도 볼 수 있는 이런 모임이 싫지 만은 않다.
그러나 즐거워야 할 모임은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약속 시간을 10분 정도 넘기는 것은 다반사이고, 어떤 사람들은 늦게 나온 것이 당연하다는 듯 정시에 나온 사람에게 ‘일찍 나왔네’ 하며 능청스럽게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밥 한 끼 같이 먹으려고 사람들이 다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30분 이상 지연되는 것은 예삿일이다. 이렇게 약속 시간보다 늦게 나오는 것이 언젠가부터는 우리 학내에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아 ‘Postech Time’(약속시간에 매번 늦는 것)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단어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이 비단 사적인 모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수업에 지각하는 학생이 많아 수업이 늦게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수업과 관련된 조별 모임 등에 한두 명이 늦게 도착하여 앞서 토의된 내용을 반복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매주 목요일에 있는 문화행사에서도 공연이 시작된 후 들어오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는데, 이것은 단순히 공연 관람객들을 방해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멀리서 우리 학교를 찾아와 공연을 준비해 준 사람들에게 큰 실례가 되는 행동이다.
이렇게 학생들이 시간에 대한 관념 없이 행동하는 것은 포스테키안들의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런데 여기서 단순히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실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학생들이 약속에 늦는 이유이다. 많은 학생들이 예전부터의 경험에 의해 ‘약속시간에서 2, 30분 정도는 지나야 뭔가 시작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아예 정확한 약속 시간에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늦게 되는 경우라도,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자책감을 느끼기 보다는 ‘다들 이해해 주겠지’라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포스테키안들이 계속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과연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요즘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학생들 사이에 이러한 시간 관념의 부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총학생회와 학과활동협의회에서 주최하고 있는 Postech Time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Postech Time을 ‘매번 늦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시에 출발하고 정시에 시작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로 만들어 보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꼭 이런 식으로까지 해야하나?’하며 쓴 웃음을 짓다가도 한편으론 이제라도 이와 같은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은 하나의 의무이기에 앞서, 성숙한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예절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습관이 하루 아침에 바뀌기는 힘들겠지만, 우리 구성원 모두가 조금씩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언젠가는 Postech Time이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것의 상징이 되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