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계단] 내실있는 vision2020으로
[78 계단] 내실있는 vision2020으로
  • 송양희 기자
  • 승인 1970.01.0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평가 4년 연속 1위 및 국내 SCI 논문 수와 IMPACT 1위’.
내년 수시캠프 때 신입생들이 자주 듣게 될 문구다. 필자 역시 수시캠프에서 많은 교수로부터 우리학교의 자랑과 함께 ‘불이 꺼지지 않는 학교’임을 들으며 나만의 각오를 다진 기억이 난다. 그 후 2년이 지난 현재, 우리학교는 여전히 국내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외국에서 시행하는 대학평가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둔 적이 없다. 우린 그때마다 ‘우리대학은 단과대학이며 평가항목이 역사가 짧은 우리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라며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과연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대학이 국제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것일까.

얼마 전 PosB에서 ‘최근 우리학교가 너무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의견을 적은 한 학우의 글을 보게 되었다. 이 당시 학교 측에서는 2년 정도의 준비 끝에 내놓은 ‘POSTECH VISION 2020’을 통해 학교의 정체성에 불안해 하는 많은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켰다. 필자 역시 5가지의 중점 사항과 60여가지의 세부사항으로 나뉜 ‘POSTECH VISION 2020’을 통해 세계 20위대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접하면서 POSTECH이라는 거대한 엔진이 다시 한번 힘차게 돌아갈 것을 기대했다.

그 후 1년이 지난 지금, ‘POSTECH VISION 2020’에 대한 나의 결론은 ‘글쎄’다. 이번에 기초과학연구에 대한 취재로 대학발전위원회(이하 대발위)의 한 관계자에게 “연구지원에 있어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다면 전반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는 기초과학에는 소홀해 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물론 이 질문은 어떤 대답을 하든 그 대답이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대답이 ‘YES’라면 소홀해 지는 기초과학 지원에 대해, 대답이 ‘NO’라면 선택과 집중이라는 모토를 살리지 못하는 ‘POSTECH VISION 2020’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정된 금액으로 최대의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된 분야보다는 기초과학에 소홀해질 수 있지만 기초과학을 지원할 다른 프로그램을 생각해 보겠다”는 대답을 기대했다. 하지만 대발위 관계자의 대답은 “실질적으로 기초과학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 지원하게 될 것이다”로 ‘선택과 집중’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또 ‘POSTECH VISION 2020’의 다른 부분에서도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현재 ‘POSTECH VISION 2020’의 교육부분 세부사항 중 가장 높은 진행율을 보이고 있는 것은 mentor제도이다. 허나 최근 후배로부터 가르쳐 주지 않고 보고서에 직접 사인을 하는 mentor의 모습이나 실제 학업적으로 도움을 못 주고 있는 mentor의 능력에 대한 불만은 초기부터 제기된 문제였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아 안타까웠다.

이 밖에도 본지에서 다루는 UI사업과 내년 20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사용목적도 확실하게 정하지 않고 기념관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면서 내실보다는 과시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개교 20주년을 앞둔 현재, 제2의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POSTECH VISION 2020’은 무엇보다 내실을 다져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가 좀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학교 발전에 필요한 재원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VISION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