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계단] 스마트 카드 시스템 - 학생의견 모아 개선해야
[78계단] 스마트 카드 시스템 - 학생의견 모아 개선해야
  • 기석 기자
  • 승인 2005.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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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 눈을 비벼가며 수업에 들어갈 준비를 마치고 방을 나서면 나를 가장 먼저 괴롭히며 그 존재감을 알리는 것이 있다. 그 이름은 스마트 카드. 나는 ‘왜 기숙사에서 나갈 때에도 카드를 찍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졌었지만 그 의문이 풀리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의문에는 수많은 답들이 있겠지만 나의 생각은 ‘만약에 카드를 두고 나가 불편을 겪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기숙사를 나갈 때에도 찍게 하는 것으로 필요성을 알리는 것이 아닐까?’하는 것이다.

내가 스마트 카드에 대한 소식을 최초로 접한 것은 겨울방학 무렵이다. 물론 ‘남자 기숙사에도 여자 기숙사의 카드키와 비슷한 형태의 출입문 시스템이 적용될 것’이라는 소문이라면 작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겨울방학 때 들은 스마트 카드에 대한 소식은 그야말로 All in One이었다. 보안을 위한 출입통제, 지폐 소지가 필요 없는 K-Cash, 전자출결, 도서관 서비스까지…. 아닌게 아니라 우리 포스테키안들이 캠퍼스 안에서 이용하는 모든 시설에 전부 적용되는 것이다.

그 스마트 카드 시스템이 캠퍼스에 설치된지 어느새 보름이 지났다. 나의 상상은 그저 꿈으로 끝나있다. 나와 내 주위 학우들은 구 인문동 2층 출입문을 사용할 수 없다. 학생식당에서 누군가가 스마트 카드를 단말기에 문지르고 있으면 배식 행렬은 멈춘지 오래다. 전자출결 기능이 무색하게 변함없이 불려지는 교수님의 출석부, 과연 All in one인가? 카드마다 다르다곤 하지만 내 스마트 카드는 반드시 지갑 속에서 나와 단말기와 몸을 부대끼는 ‘일전’을 치룬 뒤에야 문을 열어준다. 하지만 내 사정은 오히려 나은 편이기도 하다.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스마트 카드 발급 신청이 늦어 카드를 발급 받는 동안 저녁이면 기숙사 문을 열어달라고 전화를 했던 친구도 있다.

그리고 4월 11일, PosB에 올라온 공학 3동 1층의 프로젝터가 털렸다는 소식은 나에게 한가지 의문을 던져주었다. 스마트 카드 시스템을 통해 얻어진 것이 과연 무엇인지? 나는 이 물음에 부정적인 답안지만을 갖고 있다.

스마트 카드 한 장으로 편리한 캠퍼스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며 모든 시설의 보안을 강화한다는 목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대체 문제는 무엇일까? 나는 시작을 해놓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계획 상에서 결과와 현실에서의 결과에는 그 차이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카드 시스템이 시범운영된 이후 신고처를 운영하는 것 외에는 학생들로부터 활발한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설비를 개선하기는 했으나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였다. 단 하루만이라도 캠퍼스 내 학생들의 생활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보는 수고로움을 투자했더라면 학생 생활에 있어 가장 필요한 개선안이 나왔을 것이다.

앞으로 스마트 카드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대로 방치해 둬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의견이 모여 반영된 개선안이 필요하다. 만약 이대로 둔다면 학생들의 불편은 계속될 것이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