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계단]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 구현돼야
[78계단]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 구현돼야
  • 김주영 기자
  • 승인 2005.03.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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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3일 헌법재판소의 ‘호주제 헌법불합치 판결’은 어떠한 의의를 가지는가?

기존의 호주제는 호주를 기준으로 한 호적부에 가족 구성원들의 신상정보를 등록하고 출생·혼인·이혼·입양·사망 시 법이 정해놓은 규율에 따라 다른 호적으로 이사를 가게끔 규정해 놓은 다분히 관념적이고 제도 중심적인 법률이었다. 이것은 개인의 인격과 가치를 국가가 정해 놓은 ‘제도’로 규제하며, 호주 승계 순위에서 여성보다 남성에게 순위권을 주어 특별한 이유 없이 한 쪽의 불이익을 주는 불합리성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호주제는 호적부에 등록되어 있는 구성원들을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하여 ‘편부모 가정’, ‘재혼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다. 이러한 면에 있어 ‘호주제 헌법 불합치 판결’은 가족관계에 있어 여성과 남성의 위치를 동등하게 하며, ‘부모와 기혼의 자녀가 함께 생활하는 핵가족’을 현대사회의 정상적 가족으로 여기도록 뒷받침했던 틀을 깸으로써 보다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걸음을 부추겼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조직과 운영을 정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법인 헌법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한다. 이것은 국가 조직이 ‘국민이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되며, 법이 모든 국민을 똑같이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정되어야 함을 뜻한다. 이러한 헌법의 이념을 충실히 따르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민 스스로도 각자의 주권을 믿고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 똘똘 뭉쳐 제 목소리를 내는 스스로의 의식을 힘껏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의 입장이 법에 반영되면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에 보다 빨리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친구의 홈페이지에서 ‘서울대, 성형수술 견적내기’란 글을 보았다. 학교의 건물이 여성과 장애학우를 고려하지 않고 ‘장애가 없는 남성’에 편리하게끔 지어졌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예를 들어 서울대의 화장실 수와 강의실 구조를 살펴보도록 하자. 여성과 남성이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을 고려해 볼 때, 생리적 특성상 여성이 훨씬 오래 머무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각종 강연회나 공연회에 가면, 남자 화장실은 상대적으로 한가한 반면 여자 화장실에서는 여성들이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여성과 남성의 비율만을 따져 여성 화장실 수를 남성 화장실 수와 같게 하거나 오히려 적게 하도록 공간을 사용했다. 강의실의 경우 일반 남성에 비해 앉은키가 작은 여성들은 대형 강의실에서 강의를 들을 시 앞자리에 앉은 키 큰 학우들 때문에 칠판을 보기 어렵다. 학교 측에서 이를 배려하여 강의실 바닥이 뒤로 갈수록 높아지도록 강의실을 설계한다면 훨씬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의 모습이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을 배려한 곳이 될 수 있을까? 장애학우들을 위한 최신식 책상을 교실 한 켠에 마련하는 ‘장애학우들의 부담감’을 조성하는 식이 아니라 좀 더 예민하게 그들의 입장을 반영할 수는 없을까? 그렇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들의 ‘제 권리 찾기’노력과 정치참여 의지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치하는 사람들도 귀를 열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면에 있어 ‘호주제 헌법 불합치 판결’은 여성부와 각종 여성단체들의 ‘부당한 권리 침해’에 대항한 노력의 결과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현재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단체를 조직하고 정치 조직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시민들은 정치적으로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단체를 조직하고 ‘낙선운동’을 벌이는 한편 장애인들은 ‘장애인이동권보장연대’ ‘편의 연대’ 등을 설립하여 투쟁하고 있다. 노동자들 또한 ‘노동연대투쟁위원회’ ‘노동건강연대’ 등을 만들어 불합리한 사회구조에 맞서고 있다. 국회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궁극적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의 편의를 들어줄 수 있도록 사회제도를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