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학교발전은 학생참여에서 출발
진정한 학교발전은 학생참여에서 출발
  • 황희성 기자
  • 승인 2005.02.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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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신문사 OB선배들과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 최근 신문사 돌아가는 사정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주제는 옛날의 신문과 학교로 넘어간다.
그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이야기는 90년대 초반의 학생 정치 활동과 관련한 속칭 ‘운동권’ 학우들이 학교에서 쫓겨날 때쯤의 이야기다.
“그때 학우들이 대강당 앞에 엄청나게 모여 있었는데, 멀리서 교수님들이 몰려왔다는 거야. 무슨 일인가 했더니 자기 지도학생들한테 ‘이러면 곤란하다’, ‘이런 것 보다 더 중요한 공부가 있지 않느냐’면서 지도학생들 손을 잡고 삼삼오오 빠져나갔다고 하더라고.”
저 이야기를 해준 선배도 저 당시에는 학교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저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요즘 학교 당국이나 교수들이 학우들을 대하는 태도와 당시 김호길 총장의 성향으로 미루어 보면 있을법한 이야기다.
작년 말 등록금 인상에 대해 취재를 하면서도 비슷한 일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등록금 인상에 대해 왜 학우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습니까?” “(여러 가지 이유를 이야기한 후)그리고, 학생들은 이런 거에 신경 쓰지 말고 공부에 집중해야지요.”
실제로는 어떤가? 등록금 인상이 학우들에게 알려진 후 이에 대한 보직자와의 간담회는 기말고사가 한창이던 때에 이뤄졌다. 시험이나 학점이 학업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 놓고 공부’하기엔 너무나도 큰 사안이었기에 많은 학우들이 다음날이 시험인데도 불구하고 밤늦게까지 이어진 토론회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몇몇 직원들이나 교수들이 보는 학생은 ‘학업에 모든 것을 매진해야 할 존재’이다. 정치활동을 해도 될까요? 안 된다. 나쁜 물 들지 말고 공부나 하거라. 그럼 학생활동은 어떻습니까? 안 된다. 그거 해가지고 학업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 그럼 하다못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서명을 내는 것쯤은 괜찮겠지요? 안 된다. 돈 좀 더 내면 어떠냐. 어차피 그거 다 너희들을 위해서 사용할거다. 너희들은 걱정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 우리가 다 알아서 할게.
신성한 학업의 전당에 발을 들여놓은 과학도는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되는가? 오직 하나만의 찬란한 목표를 위해 전력 질주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가 가는 길이 장애물로 가득 찬 길이라면, 같이 달려가는 사람들, 뒤에서 달려오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 장애물을 치울 수 있어야 한다. 못 본체 지나가는 자와 멈춰서 장애물을 치우는 자, 어느 쪽이 더 아름다운가?
학업의 중요성은 우리 학우들도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학문을 사랑하기에 포항공대를 택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자기가 속한 조직을 좀더 멋진 곳으로 만들어나갈 책임과 권리도 동시에 가진 사람들이 우리 학우들이다.
대학은 교수, 직원, 학생 중 어느 한쪽이 빠지고서는 움직일 수 없는 세발자전거와도 같다. 어느 한 바퀴가 빠지고서 이 세발자전거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까. 대부분의 구성원이 이 질문에 대해서 부정적인 대답을 낼 것이다. 해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제는 그 해답을 실행해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