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생의 과학교육
과학고생의 과학교육
  • 승인 2004.05.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학시절

이군의 경우: 서울에 거주하는 이군은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했으며, 재능이 있었다. 이군의 어머니 역시 그의 재능과 관심을 알고 초등학교 때부터 여러 경시대회를 준비했다. 이군이 다니는 학원은 서울이나 수도권 각지에서 온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친구들로 가득했고, 이군은 그들과 함께 경시대회를 준비하며 경시대회의 여러 가지 동향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가지게 된다. 이군이 다닌 학원은 적어도 고등학교 수준, 어떤 부분에서는 대학교재를 사용해 가며 이군과 그의 친구들을 ‘과학 도사’로 키워주었다. 3년간 열심히 과학고를 바라보며 뛰어온 이군은 결국 경시대회에도 입상하고 학교 내신도 좋은 성적을 내며 과학고에 진학한다.

과학고 1학년

이군의 경우: 드디어 과학고 1학년이 된 이군. 처음부터 여러 가지 ‘2’과목(물리2, 화학2, 생물2, 지학2)을 배워 힘들긴 하지만 대부분이 경시대회를 준비하며 배웠던 것들이라 못 따라갈 수준의 수업은 아니다. 몇몇 내신만으로 입학한 친구들이 힘들어 하기는 하지만. 실험과 이론이 적절하게 조화되어 있고 시설 역시 제반 실험들을 무리없이 할 수 있는 수준이라 이군은 마음껏 실험을 할 수 있다. 정신적·육체적인 부담이 크긴 하지만 원해서 들어온 곳이라 후회는 없다. 오히려 주말이 더 힘든데, 집에 돌아가면 각종 학원들을 다녀와야 하는 터라 몸이 편해질 새가 없다. 수학, 영어, 경시대회 등 이곳 저곳 학원을 전전하다 보면 어느새 일요일 밤 12시. 피로가 풀릴새 없이 다시 한 주 생활이 시작된다.

과학고 2학년

이군의 경우: ‘2’과목을 마치고 고급과목(고급물리, 고급화학 등)을 배우기 시작한 이군. 고된 학업에 몸은 고단하지만 여러 가지 실험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 같다. 경시대회도 좋은 성적으로 입상했고, 내신도 중상위 정도는 마크하면서 학업은 순조롭다. 그러나 이군은 슬슬 체력이 달리는 것을 느끼는 중이다. 1년이 넘는 강행군은 이군의 몸을 약하게 만들었다. 함께 경시대회 학원을 다니던 친구 중 한 녀석은 입학 후에 목표를 이뤘다는 공허감과 체력 저하로 성적도 바닥을 때리고, 심각하게 자퇴나 전학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비교내신제가 사라진 후 내신에 신경쓰지 않으면 대학에 갈 수가 없다.

슬슬 이군의 친구들은 KAIST나 포항공대 등을 통해 조기졸업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군은 오기로라도 3학년에 올라가서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한다.

과학고 3학년

군의 경우: 과학고에 3학년까지 남은 이군. 결국 많은 친구들이 조기졸업자 전형으로 그의 곁을 떠나갔다. 자퇴나 전학, 유학을 선택한 친구들도 있어 같은 반에 남은 친구들은 몇 명 없는 상태이다. 남은 친구들 중 몇몇 친구들은 가능하다면 의대를 가겠다는 녀석들도 꽤나 있다.

학교에서는 수능과 수시모집을 중심으로 가르쳐 주고 있으며, 학원을 다니던 친구들도 수학이나 과학, 혹은 경시보다는 그간 부족했던 언어영역을 신경써서 공부하고 있다. 이군 역시 언어영역 학원을 새로이 신청해서 주말마다 듣고 있다.

이군은 현재 2학기 수시모집을 노리고 있는 상태이며, 주변에서 의대의대 하는 것에 솔깃하긴 하지만 과학고생의 자존심을 걸고 의대는 최후의 선택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최근 경시대회의 반영비율이 줄어듦에 따라 경시대회 수상 실적이 괜찮은 편인 이군의 입시전쟁은 조금 더 어려워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