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계단] 등록금 인상분, 어디에 쓰시겠습니까
[78계단] 등록금 인상분, 어디에 쓰시겠습니까
  • 박종훈 기자
  • 승인 2004.12.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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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등록금이 9% 인상되었다. 타 대학, 특히 서울대와의 등록금 비율의 적정수준 유지가 그 인상의 명분이었다. 지난 97년부터 2003년까지 7년간 등록금이 동결된 이후 이루어진 연이은 인상으로, 학비 부담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것이다. 실제 등록금 인상을 체감하게 되는 학우들은 정부의 이공계 장학금을 받지 않는 02학번 이상으로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기존의 장학금 환원율인 50%가 지켜지고 있어 02학번 이상의 학우들에 대한 장학정책 규모가 이전에 비해 확대되고 인상 후에도 국내 최저수준의 등록금이 유지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등록금 인상과정에 분명한 문제점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로, 이번의 등록금 인상이 구체적인 예산상의 계획이 서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대학본부 측이 등록금 인상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 타 국립대 특히, 서울대와 비슷한 등록금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이유이다. 그런데 서울대에서는 일반 교수들의 연구지원비 확보를 목적으로 기성회비를 인상해왔으며, 이로 인한 논란이 서울대에서도 끊이지 않는 상태이다. 이에 반해, 우리대학은 구체적인 사용계획과 정책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서울대의 인상수준에 맞춘다는 명목으로 등록금을 인상한 것이다.

이번의 등록금 인상과정에서 학생회 측에 아무런 통보도 없었던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대학의 경우 바로 작년에도 대학 측과 학생 간에 아무런 마찰 없이 등록금 인상이 진행되었기에, 다른 대학들이 매년 겪어 오는 등록금 투쟁이 일어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등록금 인상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당사자인 학생과의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은 비판을 비켜가기 힘들다. 더욱이 장학금 수혜율 50%의 정책이 그대로 지켜진다고 할 때, 등록금이 인상되는 동시에 장학금의 규모도 확대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는 정부의 이공계 장학금 지원으로 현재의 장학정책 또한 조율·조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지금에서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는가 하는 의문을 지우기가 힘들다.

왜 우리대학은 학생들이 직접적인 당사자에 해당하는 이러한 정책들에 있어서도 학생측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가. 분명, 우리대학의 경우엔 다른 대학과 달리 대학과 학생 측이 서로 건강하게 협의할 수 있는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대학 측이 대학의 주요한 정책들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학내의 주요 구성원인 학생들의 의사를 물어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데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실제 우리대학에서는 많은 경우 학생들의 권익과 관련된 주요한 정책들이 정작 학생들의 입장은 반영되지도 않은 채로, 대학본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아무런 문제없이 통과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예전의 기숙사 이용기간 제한과 같은 정책 건을 상기해 보라. 이번의 등록금 인상 건 또한 학생들과의 협의과정을 무시한 채 진행됨으로써, 학생들로부터의 불만을 스스로 사고 있는 모양새다. 학생 측이 이제까지 항상 대화의 채널을 열고, 선의의 협의관계를 구축해왔음에도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이번과 같이 사실상 협의과정에서 학생회 측이 배제된 경우에 대해선 학생회 측이 대학본부 측에 사과를 넘어 백지화를 요구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도대체 대화와 협의의 자세를 항상 열어두고 있는 학생 측의 입장이 왜 번번히 무시되어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학생과의 대화를 통해 현명한 정책결정을 하는 길이 바로 대학의 발전을 이끌어나가는 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