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계단] 우리에게 포항공대의 축제는 어떤 의미인가
[78계단] 우리에게 포항공대의 축제는 어떤 의미인가
  • 나기원 기자
  • 승인 2004.05.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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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즐기고 있다’는 확신에 찬 말이 A4용지에 인쇄되어 학교 곳곳에 붙여져 있다. 카페테리아의 테이블에는 이번 해맞이 한마당에 관한 안내문이 깔려져 있다. 여기까지는 매년 이맘때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축제의 홍보방법이었다면, 올해는 조금 다르다.

포시스의 로그인 화면, 웹 포스비의 로그인 화면이 바뀌었다는 것을 이미 많은 학우들이 발견하고 깜짝 놀랐을 것이다. ‘발광?!’이라는 이번 축제의 주제가 눈에 확 띄는 글씨체로 떡하니 박혀 있는 포스비의 로그인 화면이나 축제의 마스코트를 이용한 포시스의 로그인 화면은 이번 축제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은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 축제준비위원회도 많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자원하여 적은 인원으로 어렵게 축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또한 성년을 맞은 학생들을 위한 성년식이나 놀 ‘꺼리’를 직접 마련해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부스와 같이 일반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에서도 참여인원이 많이 부족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포스테키안에게 축제란 과연 어떤 것인가? 이번 축제 때 무엇을 할 거냐고 묻는 질문에는 당연히 휴강을 틈타 집에 갔다와야겠다는 신입생들의 대답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집에 가기도, 재미도 없는 축제에 나가보기도 귀찮은데 방에서 잠이나 자야겠다는 선배들의 대답이 들려오기도 한다. 힘든 과주점 일을 해야만 하는 귀찮은 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여럿 보인다. 왜냐고 물으면 나가보기도 귀찮고 축제도 재미없을 게 뻔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잘 알려져 있는 연세대학교의 아카라카나 고려대학교의 입실렌티처럼 시끌벅적하게 열리는 축제가 부러울 수도 있다. 우리 학교의 축제가 다른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나 고등학생도 가보고 싶어하는 유명한 대학의 축제처럼 화려하고 재미있지 못해 시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축제는 실제로 그런 모습을 갖추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포항이라는 지리적인 특성부터 한 학번이 300명인 수적 열세, 그리고 이공계 대학이라는 특성은 우리 학교의 축제를 고등학교 때 꿈꾸던 대학 축제의 모습에서 멀어지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학교 나름대로의 즐거움과 개성을 가진 축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미 우리 학교의 특징을 잘 살린 축제의 행사는 학우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을 즐기는 학우가 많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교내 스타크래프트 게임대회와 프로게이머를 초청해 교내 대회의 우승자와 대전하게 하는 행사는 해맞이 한마당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작년부터 열리는 배달업체 시식회 역시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우리 학교에서 많은 학우들의 관심을 받았다.

또한 우리는 작은 학교라는 특징을 살린 축제를 즐길 수 있다. 다같이 참여해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함께 즐기는 것은 축제를 위해 설치한 대무대에서 열리는 구경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셀 수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런 축제를 위해서는 학우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바라고 있던 축제의 모습에 비해서는 지금의 우리 학교 축제에 실망하고 시시하다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답게, 즐겁게 노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 학교의 축제는 우리가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모든 학우들이 이번 축제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포항공대만의 축제’라고 부를 수 있는 즐거운 놀이판이 만들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