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계단] 정신이 살아 숨쉬는 대학을 위하여
[78계단] 정신이 살아 숨쉬는 대학을 위하여
  • 유정우 기자
  • 승인 2004.02.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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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과대학교는 우리나라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절실히 필요한 과학과 기술의 이론과 광범위한 응용방법을 깊이있게 연구하고 소수의 영재들을 모아 질높은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지식과 지성을 겸비한 국제적 수준의 고급인재를 양성함과 아울러 산·학·연 협동의 구체적인 실현을 통하여 연구결과를 사회에 전파함으로써 사회와 인류에 봉사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우리학교 구성원이라면 눈여겨 보고 마음에 새겼을 우리대학의 건학이념이다. ‘과학과 국가와 미래를 생각하고’ 각 분야의 지도자적 인재를 길러내어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이 땅 지곡에 산을 깎고, 길을 트고, 건물을 짓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국에 봉사하고자는 열정적인 교수님들이 모이셨고 장래가 불확실한 학교에 창의적이고도 진취적 기상을 지닌 선배님들이 자리잡아 ‘포항공과대학’이란 이름을 세웠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오로지 열정과 자부심, 그리고 우리나라와 인류를 위해 연구, 교육 그리고 사회봉사를 한다는 마음으로 우리학교는 여기까지 올라왔다. 고 김호길 학장님께서 학생들과 함께하실 적에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우수하고 뛰어난 인재라서 이렇게 좋은 환경과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여러분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갚아야할 빚이다.’

세계 유수대학들과 학술교류를 맺고 교육개혁 우수대학, 전국대학평가 1위 등 외부의 질높은 평가와 동시에 세계적 수준의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뜨거운 마음으로 대학시절을 보내던 ‘포항공대의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설립 당시 정열과 열성을 바쳐 공부하던 학풍도 옅어지고 사회의 리더로서 사회발전에 뛰어들어야 된다는 사명감도 이제는 희미해져가고, 같은 마음으로 ‘제자’를 길러주던 ‘스승님’들도 줄어드는 것만 같다. 포항공대는 정신을 잃어버린 채, 적당히 학부졸업하고 취직하기 좋은 대학, 연구환경 좋고 머리좋은 학생들이 있는 좋은 직장 정도로 치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연구중심대학이며 첨단과학 기술분야의 연구개발에 힘쓰는 대학으로서 학부졸업으로 우리 학교를 떠나는 학우들은 아쉬운 인재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College가 아닌 University로서 자리잡기 위하여 학부를 졸업하더라도 포항공대의 건학이념과 정신을 항상 마음 속에 새기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에 뛰어드는 인재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4년 동안 혜택받고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빚을 갚는 것이고 우리학교의 구성원이고 동문이라면 당연히 생각해야 할 것들이다.

물론 개인의 학업과 진로에 대하여 가타부타할 일은 아니지만 우리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이러한 이념과 정신을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이러한 정신들이 구성원들 사이에서 이야기되고 논의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다가 학교를 떠나기 보다는 사회에 나가서 전문가의 자리에 오르고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발전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인재가 되지않을까. 이것이 바로 우리대학이 지향해야 할 이념이자 우리들이 만들어가야 할 정신이다. 교수 역시 좋은 환경에서 우수한 연구결과를 내는 것과 동시에 우리나라를 살리고 인류에 봉사하는 인재를 길러낸다는 생각으로 학생들과 함께해야 할 것이다.

포항공과대학교가 문을 연지도 근 20년이 다 되어간다. 그 동안은 적어도 ‘포항공대’라는 이름을 높이고 알리기 위해 모든 것을 불사하고 연구에 매진하고 학업에 매진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회 어느 곳에 나가더라도 자랑스럽게 ‘나는 포항공대 출신입니다’ 라고 말하고 그것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할 수 있는 정신이 있고, 설립 20년 즈음에 작지만 위대한 대학을 넘어 진정으로 ‘과학과 국가와 미래를 생각하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이념과 정신을 ‘정말’ 새롭게 할 때이다.

우리대학이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많은 자본,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으면서 여기까지 성장해온 것일까. 그저 우수한 성적 순으로 학생들을 뽑아 공부 열심히 시켜서 졸업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학업은 기본이며, 대학을 다니면서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졸업한 뒤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그것이 사회와 인류발전에 바탕이 될 수 있는 인재가 양성되는 곳으로 누구에게나 자랑스럽게 ‘포항공대는 민족공대’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 모두 애써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