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 오름돌] 새로운 비전으로 도약해야 할 때
[일흔여덟 오름돌] 새로운 비전으로 도약해야 할 때
  • 조성훈 기자
  • 승인 2000.04.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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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이 시작되면서 우리 학교 제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신입생 선발에서의 무학과제도, 교수연봉제와 신인사제도 도입*시행 등이 그것이다. 대학본부가 새천년을 맞이하며 의욕적으로 도입*시행한 제도들이다.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여 대학의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제도의 도입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시행한 지 한달 넘게 지난 지금 그러한 제도가 의도했던 만큼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구성원 대부분의 평가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장기적 비전의 부재, 구성원들의 의사 반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대학의 중요한 정책이라면 장기적인 비전에 따라 사전에 충분한 분석과 준비를 거쳐 도입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의욕만이 앞선 정책의 도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학과제도의 경우 대학본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무학과제도 시행을 준비해왔었고 현재 시행된 무학과제도는 2002년 실시될 전면적인 무학과제도 시행의 과도기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학본부는 지난 1998년 “학부제를 대학평가의 중요한 지표로 삼고 그에 따라 차별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가 있은 이듬해 정시모집에서의 신입생 무학과 선발이 포함된 2000학년도 입시요강을 발표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무학과제도에 대한 분석과 준비가 되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장기적 비전에 의해 도입된 것이라기보다 교육부의 정책의 영향을 받아 도입된 제도라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더구나 새로운 제도 시행에 뒤따르는 시행초기의 혼란에 대해 대학본부는 대책이 없다. 신입생들의 인기학과의 편중으로 인하여 원하는 학과에 가지 못하는 신입생들의 집단 휴학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으나 이에 대해 대학본부는 “시행초기에 발생하게 되는 문제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방관 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정책의 수혜자인 구성원들의 의견을 거의 반영하지 않은 채 대학본부가 거의 일방적으로 제도시행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대학본부는 실제로 지금까지 대부분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총학생회, 교수평의회, 노동조합과 같은 구성원들을 대표하는 단체와의 협의를 거의 거치지 않거나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해 왔다.

최근의 식대인상 결정과정에서 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대학본부에서는 ‘학생들의 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학생식당의 식대인상을 결정했다. 하지만 식대인상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반영될 것이라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단순히 참고자료가 되었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만을 제시하면서 결정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본부 내부에서는 이미 결정된 식대인상 문제에 대해 학생들과의 대화의 자리를 마련한다는 뜻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식질개선간담회라는 명목으로 열렸던 이 간담회는 실제로는 학생들에게 대학본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설명회’였다. 이 ‘설명회’에 학생들의 참여가 적었다는 것도 문제지만 대학본부가 학생들의 의견수렴을 하는 것처럼 하면서 실제로는 이미 결정된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가 되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교수연봉제 시행 또한 교수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결정과정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교수평의회와 마찰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시행이 결정되었다. 교수들의 의견수렴도 부족했고 대학본부와 교수들이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대화의 자리도 마련되지 않았다. 그나마 일반 교수들에게는 사실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만큼 대학본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했다.

신인사제도 또한 지난해 가장 큰 이슈였던 노동조합(이하 노조)과의 마찰을 겪었지만 결국은 시행되었다. 지난해 노조와의 협상에서 핵심사안이었던 신인사제도 도입에 대해 대학본부는 노조와의 협상의지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대학본부는 노조와의 단체교섭 초기에는 재단 이사장의 위임장도 없이 교섭에 임했고 교섭기간 내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며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미 대학본부 내부에서 결정된 신인사제도 도입을 노조와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도 노조와의 단체교섭이 마무리되지도 않았으나 결국에는 대학본부의 의지대로 신인사제도가 시행되었다.

대학본부는 또한 제도 시행에 대한 반대의견에 대해서 철저히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학본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반대의견을 이해시켜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나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는 언제나 반대하는 의견이 있기 마련”이라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대화의 창구를 닫아놓고 있다.

지난 2월 본지와의 인터뷰 당시 정성기 총장은 “이제 카리스마로 대학을 경영하는 시대는 지났다. 합리적인 자세로 대학을 경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결정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학의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총장을 중심으로 한 대학본부가 거의 일방적으로 대부분의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일방적인 정책결정이 장기적 비전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대학본부의 정책결정권자들은 ‘신토불이’라는 말을 곱씹어 보았으면 한다. 아무리 좋은 약이나 음식도 환경이나 누가 먹는가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지는 것처럼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 하더라도 제반여건이 성숙되고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그 제도의 도입은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현재 우리 학교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사람이 많다. 비단 학교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대학 전체적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학교는 현재 개교 후 계속 상승되었던 학교의 위상이 주춤하고 있고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박차고 올라갈 것인가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이렇게 중요한 시점임에도 대학본부는 대학의 미래를 위한 명확한 비전이나 계획을 준비하기는 커녕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대책도 구성원들의 의견반영도 없이 새로운 제도를 무리하게 도입해서 시행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그것은 마구잡이식이 아닌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하며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대화의 창구를 열어놓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우리 학교는 대학본부의 것이 아닌 ‘우리’의 학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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