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 오름돌] 불신의 벽을 없애기 위하여
[일흔여덟 오름돌] 불신의 벽을 없애기 위하여
  • 조성훈 기자
  • 승인 2000.06.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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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새천년의 첫 학기가 거의 끝나간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학기였다. 하지만 좋은 일보다 좋지 않은 일이 더 많이 기억에 남아 씁쓸한 생각이 든다.

지난 학기 동안의 많은 일 중 무엇보다 큰 문제로 다가오는 것은 대학본부와 구성원 사이, 또 구성원 사이에 존재하는 불신의 벽이 더욱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학생식당 식대인상과 신입생 무학과제도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학생들과 대학본부와의 갈등, 교수연봉제 시행에 대한 교수들과 대학본부와의 갈등 등으로 인해 현재 대학본부와 구성원, 그리고 구성원 사이에 깊은 불신의 벽이 자리하고 있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도 삐딱하게 바라보는 요즘의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그러한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이러한 구성원들의 깊은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은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및 형식적인 의견수렴으로 인한 구성원들의 반발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대학본부의 정책결정 중 상당수가 적절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치지 않고 결정되었고, 의견수렴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 없이 구성원들에게는 단순히 사실을 알리는 것에 불과했다. 최근의 대학장기발전계획의 결정과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드러난다. 지난달 TIMS를 통해 공지된 마스터플랜과 그 실행안은 오랫동안 기획처에서 준비해 온 것으로 대학발전의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설명회와 같은 적극적인 의견수렴을 위한 노력 없이 형식적으로 의견을 수렴한다는 자체가 문제가 되어 그 공이 빛이 바랬다.

지난 대동제 때 장태현 교수평의회 의장, 신기혁 학과협 의장, 함수용 직장발전협의회 위원장 등 교수·학생·직원 대표가 참석해 ‘불신의 벽’을 깨부수는 퍼포먼스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 후 서로의 불신의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모형이 아닌 진정한 ‘불신의 벽’을 없애기 위해서는 우선 적절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고 구성원들에게는 그 과정을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여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공개포럼을 제안한다. 학교에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교수·학생·직원 등 구성원 모두가 참석하여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사실 교내에서 TIMS와 포스비 등 사이버공간을 통한 의견교환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공간에서의 의견교환은 그 내용에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일방적인 통보에 머물 수 있다. 반면 포럼은 직접 만나 토론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보다 깊이 있는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또한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제시된 의견의 실현 가능성 여부는 접어두고라도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최선의 대안이 나오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포럼이 본래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구성원 모두가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사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것에 대해 토론한다는 것은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교내에서 구성원 사이에는 접근성의 차이로 인한 정보의 격차가 존재하며, 대화의 부족과 불신으로 이러한 정보의 격차는 더 커져가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교수나 직원들에 비해 대학본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의 실상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TIMS의 교내회보를 통해 공지되는 것이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무지한 상태에서의 포럼이라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또한 포럼에 대한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까지 대학본부의 의견수렴이 부족하다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적극적으로 요구하지는 못했다. 포럼이 성사되어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가 마련된다 하더라도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다면 포럼은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명분을 만들어 주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아직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우리 학교에서 포럼이 제대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구성원 사이의 대화의 필요성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만큼 포럼이 성사되어 진정한 대화의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또 특별한 일이 아니라도 포럼을 한달에 한번 정도로 정례화 해서 구성원 사이의 벽을 낮추고 화합하는 데 기여하는 역할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