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 오름돌]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대학
[일흔여덟 오름돌]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대학
  • 김혜리 기자
  • 승인 2000.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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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기간이면 으레 비비에스가 중고생들의 도서관 출입으로 시끄러워지곤 한다. 이번 중간기사 기간도 예외는 아니어서 인근 중고등학교의 시험기간과 겹쳐 도서관 5층에서 교복을 입은 까까머리 학생들과 자리 경쟁을 해야 했다. 학교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중고생들은 수위 아저씨들의 저지에 투덜거리며 등을 돌렸다. 우리는 괜히 성역을 침범당한 것 같아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고, 그들은 고자세를 취하는 포항공대가 못마땅했을 것이다.

지역사회와의 연계에 소홀하다는 점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는 상아탑 속에 들어가 한발짝 내딛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대학이 사회봉사에 나서는 이유는 대학이 지닌 인적·물적 자원을 지역 사회를 위해 사용하고 대학생을 자발적인 문제해결 능력과 공동체적 책임의식을 지닌 인재로 양성하기 위함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대학의 과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디.

지역사회가 분권화되고, 산업의 구조 또한 양극화되어 가면서, 대학은 지역사회에서의 역할과 기능을 정립하고 지역사회와의 유대 강화를 꾀하게 됐다. 많은 대학들이 각 분야의 특성을 살리고 지역사회와 연계함으로써 지역사회주민, 공공기관, 기업, 상권의 성장과 발전을 가져오려는 노력이 한창 진행 중이다. 대학의 전문 인력과 지식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산학협력의 틀을 마련한다는 목표 아래 교육·정보·문화,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산업단체와의 활발한 교류활동을 펼치고 있다.

실제 전남대는 광주 북구청과 자매결연을 맺고 정책자문, 직원 보수교육 등을 담당하기로 했으며, 가정대를 비롯한 단과대별로 교양강좌를 실시하는 등 주민과 함께 하는 ‘열린 대학’상을 구현하고 있다. 또 호남대는 PC실을 마련해 주민대상 무료 전산교육을 실시하는가 하면, 고장난 PC 무료수리, 교사대상 무료전산교육, 사회교육원의 장수대학원 운영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지방대가 컴퓨터·기초어학·생활과학 등의 무료교육과 산학협동, 관학협력, 주민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역주민들과의 밀착을 통해 지역사회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대학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열린 발상이다.

그에 반해 포항제철과 시의 후원을 업고 태어난 우리 학교의 지역봉사활동은 동아리나 개인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과 지역사회의 연계가 21세기 지방화시대를 열어 가는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란 점을 충분히 깨닫고 있지 못한 것이 아닌가 걱정이다.


대학의 인적·기술적 자원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결국 대학발전에도 밑거름이 된다. 현재 포스텍기술투자(주)는 2005년 포항 테크노파크가 완공되면 그를 중심으로 포항 신항만을 개발하고 구미-대구-포항 고속도로와 연계 장기적 지역 발전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계획 중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도 지역사회 봉사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대학-지역사회의 연계를 이룰 수 없다. 자기의 조그만한 힘과 능력이라도 이웃과 사회를 위해 필요로 하는 곳에서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이 보람있는 일이라는 인식 아래 행해지는 봉사여야 한다.

넓은 세상 바라보기 등의 행사가 더욱 활성화되고 문화 프로그램에 지역주민이 거리낌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현재의 활동 범위를 넓혀야 한다. 더욱 필요한 것은 학교 차원의 복지·봉사 단체가 구성되어 조직적인 활동을 해나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의 존재만으로 지역사회에 이익을 줄 것이라는 거만한 생각을 버리고 봉사라는 대학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좀더 기울이는 열린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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