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 오름돌] 토플 점수 550의 비애
[일흔여덟 오름돌] 토플 점수 550의 비애
  • 이재훈 기자
  • 승인 2001.02.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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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00년도 학사졸업자 명단을 보면 있어야 할 20명의 이름이 빠져있다. 원래대로라면 당당히 학사학위를 받고 졸업해야 할 이들의 이름이 빠져있는 단 한가지 이유는 토플점수의 미달. 이번 2000학년도 학사 졸업자 160명 중, 토플이 졸업요건인 95학번 이하가 117명이니 무려 17%나 해당되는 셈이다.

지난 95년 입학생부터 우리학교는 학사과정 졸업예정자는 재학 중에 토플 550점 이상을 취득하여야 졸업을 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해 왔다. 많은 미국 대학의 입학요건인 550선을 넘어,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어느 국제 학술회의에 가도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과학도, 어느 국제 워크숍에서도 깔끔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공학도로 육성하겠다는 교육방침에 따른 결과였다.

학칙으로 토플 550점을 졸업요건의 하나로 규정한 것은 전 학부과정을 통해서 실력을 다져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토플 550점을 학칙으로 규정함에 따른 이득은 상당히 많다. 우선, 그전까지 영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면서도 영어 공부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많은 학생들에게 학습동기를 부여하였다. 또한 졸업생들은 모두 토플 550점 이상을 취득했기 때문에 전공분야 뿐만 아니라 영어에서도 다른 이공계대학 출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서 대학원 진학 또는 사회진출에 임할 수 있었다.

학칙으로 제정 당시 550점이란 높은 목표 때문에 영어 학습 부담이 커져 전공과목 학습을 소홀히 할 우려 때문에 반대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다수의 학생들이 550점이라는 졸업요건을 충분히 충족시켜 왔다는 점에서 상당히 잘 시행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550점을 넘지 못해 졸업을 할 수 없었던 학우들의 수는 전년도까지 18명. 그러나 이번 졸업생들 중 550점을 넘지 못한 학우들의 수는 지금까지 누적된 수와 맞먹는 인원이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의 영어 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현재 인문학부에는 원어민 강사 3명을 포함해 8명의 영어 교수가 있다.

또한 그동안 영문강독, 영작문, 실용영어, 기술영어 등의 교과과정이 마련되어 있었고 지난 2000년 2학기부터는 2000학년도 교과과정 개편에 따라 영문법, 영어회화, 시사영어, 시청각 영어, 영어연설 등의 5개 과목이 추가 신설되었다.

이와 함께 포항 지역의 열악한 외국어 교육 환경을 보충하기 위해 인문학부에서는 많은 대책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기존의 PLEP을 대신한 PENDP 프로그램, 계절학기 영어수업(토플, 시청각 영어, 영어 회화), 웹도서관 자료실의 voca bulary학습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ITP(Institution Testin g Program;기관토플)를 매년 10여회씩 실시한다. 한번에 10여만원 씩 돈을 내며 정규토플을 보는 다른 대학 학생들에 비해 기회는 충분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50점을 못 넘었다는 것은 노력 미달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전국 고교졸업생 중 최상위 1% 내외에서 뽑혀온 우수한 학생들이 4년간 열심히 영어를 공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토플 550점을 넘지 못하는 것은 영어에 특히 약한 개인적인 사정도 있을 수 있겠으나 스스로 동기부여를 못했거나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많은 학우들이 1학년 영어 101과 102를 이수한 후에는 특별히 영어에 흥미를 가지지 않은 이상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일본에서 영어를 제2공용어로 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우리 나라에서도 단계적으로 초·중·고교의 영어 수업이 완전히 영어로만 진행한다는 영어수업활성화방안을 발표하는 등 갈수록 영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점에서 영어 공부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곧 시대에 뒤쳐지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학교에 남아서 계속 공부를 하거나 일반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또는 벤처기업 관련 일을 하게 되었을 때도 어느 정도의 영어구사능력은 필수적이다. 이토록 중요한 영어를 위해 과연 학우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가.

사실 하루 한 두시간씩 영어 공부를 위해 시간을 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영어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1년내에 토플 100점 상승도 결코 남의 일은 아니다.

토플 550점을 단지 졸업을 하기 위한 요건이라고만 생각하지 말자. 이 시대는 전공분야뿐만 아니라 영어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아는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2001학년도 학사졸업자 명단에서는 토플 점수 때문에 졸업을 못하는 학생을 볼 수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