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 오름돌] 공대생도 대학생이다
[일흔여덟 오름돌] 공대생도 대학생이다
  • 김혜리 기자
  • 승인 2001.03.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두 공대생들이 캠퍼스에서 마주쳤다. 첫번째 공대생이 자전거를 타고 오던 다른 공대생을 부르면서, “야아~ 멋진 자전건데. 어디서 그런 자전거가 생겼냐?”

“응~” 다른 공대생이 대답했다. “며칠 전에 강의실로 가고 있는데, 한 멋진 여학생이 이 자전거를 타고 오는거야. 그 애가 갑자기 자전거에서 내려서 훨훨 옷을 벗더니, ‘뭐든지 네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어!’라고 하는 게 아니겠어?”

“야, 너 잘~ 선택했다.” 첫번째 공대생이 말했다. “걔 옷은 어차피 너한테 안 맞았을거야.”

어느 사이트에서 본 ‘공대생 이야기’라는 제목의 유머다. 낭만과 환희에 무감각한 공대생들을 과장되게 풍자한 이야기다. 낭만과 환희 뿐이랴. 이 유머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철저한 직업의식에만 매장되어 볼 것을 보지 못하는 엔지니어들의 어리석음을 질타하고 있다. 유머란에서 공대생은 끊임없이 웃음거리의 모티브를 던져주고 그러한 농락에도 우리는 스스로 인정하면서 익숙해져 간다.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비판정신이 없다’, ‘탈정치적이다’, ‘개인주의적이다’…. 알맹이없는 대학문화를 비판하는 이 많은 말들은 이제 대학사회 전체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지만, 특히나 우리 학교에서는 두드러지게 맞아떨어지는 표현들이 아닌가 싶다. 조금이라도 과격한 운동권의 권유는 먹혀들지 않으며, 학교행정에 대해 불만사항이 있더라도 정치적 이슈화한다거나 집단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사적으로 해소시켜버리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져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조차 두려울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버렸다.

1년 전쯤의 직원노조 파업 때 학교측과 학생들이 보인 적대심 내지는 무관심, 그리고 휘청거렸던 학부제에 대해 보인 미약한 반응, 간담회다 공청회다 하여 모인 자리에 감돌던 썰렁함...그에 비해 500원 오른 식대를 놓고 빗발쳤던 목소리들이 서글프다. 포항공대라는 굳건하고 좁은 울타리 안에서 서로에게 외쳐대는 이야기들이 맥없이 사그라드는 일이 반복될수록 20대의 젊은 혈기가 자극에 무딘 60대의 이기심으로 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 단지 내 기우일까?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심을 가지려는 노력이 없으면 집단적 허무주의와 철저한 개인주의는 절대 극복할 수 없다.

어느 종합대학 신문사를 방문했을 때 30여 명의 학생기자들 중 공대생은 단 한명이고, 그마저도 몇년만에 들어온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열심히 공부를 해서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방법 외에 공대생들은 어떤 방법으로 사회에 대한 관심을 표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속한 대학과 사회에 대한 무관심의 이유를 과연 공대생이라는 이름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경쟁이 남다른 과학자, 공학자 집단에서 너무 많은 생각으로 정신을 흐트러버리는 것은 금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공대생이기 이전에 대학생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려선 안될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 끓는 피를 가진 대학생이 되기 위하여, 정신없이 쏟아지는 정보나 사실을 무작정 주워삼키는 대신, 뒤에 숨겨진 진실을 알고자 하는 대학생 정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실참여정신이 필요할 것이다. 현실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회를 알고자 하는 노력과 자기희생이 더 많이 따라야 할 것이고, 그것을 스스로 당연하게 여길 만큼의 성숙된 의식을 지닐 수 있을 때 진정한 공대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봄, 어김없이 300명의 신입생들이 공대생의 이름표를 달았다. 그 이름표가 누구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