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여덟 오름돌] 맥도널드 찬반 논쟁에 대한 단상
[일흔 여덟 오름돌] 맥도널드 찬반 논쟁에 대한 단상
  • 양승효 기자
  • 승인 2001.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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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맥도널드 입점 문제가 큰 이슈가 되었었다. 학생회관 1층에 거의 가시화 되었던 맥도널드 입점은 본지에 보도가 나간 후(제 163호 12면 참조) 갑작스런 학우들의 반대로 현재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총동창회 운영 BBS인 포스비의 포스테키안 보드를 뜨겁게 달구기도 한 이 사안은 각종 반대의견과 찬성의견이 서로 대립한 가운데, 학생처에서는 학우들이 반대한다면 굳이 이를 추진하지 않고 학생들의 의견이 집약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학교측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학생들을 위해 추진한 계획이 학생들에 의해 다시 무산되는 엉뚱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학내에 먹거리 문화가 한정된 환경에서 패스트 푸드점의 입점을 통해 이를 해소하자는 찬성쪽 입장이나, 반환경친화적이고 코카콜라와 햄버거로 대표되는 저급한 미국 문화의 전도사 구실을 하는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인 맥도널드를 학내에 입점시키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라는 반대쪽 입장이나 모두 맞는 의견들이다. 또한 이 사안이 전격적으로 결정되었고, 학생들의 의견이 무시된 채 추진되었던 것이라면 전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맥도널드 입점이 거론되고 추진되기 까지의 과정을 되짚어 보면 학우들이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의견이 요구되는 때에는 수수방관하다가 정작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제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한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이렇게 됨으로 해서 그동안 입점을 거부하거나 주저하던 패스트 푸드 업체를 상대로 입점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던 학생처 관계자들의 일은 결국 헛수고에 지나지 않게 되어 행정낭비만 초래한 셈이 되고 말았다.

지난 겨울 제15대 총학생회가 학생회관 1층의 공간에 대한 활용방안을 묻는 설문에 무려 422명이 응답하였으며, 패스트 푸드점 입점을 원하는 학생이 196명이나 되었다. 문제가 있다면 이때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어야 했다. 물론 지금이라도 문제점을 찾아낸 것은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될 경우를 생각했을 때 그래도 다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바로 내가 사용하고 싶은 공간’, 우리 후배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갖고 의견 결집을 하였었다면 이러한 행정 낭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학생회관 1층 구 대학 서비스센터 사무실은 벌써 4개월 넘게 빈 공간으로 방치되고 있다. 상당히 넓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계속 비어있을 수 밖에 없다. 당장 새로운 활용방안을 구상해야 한다. 현재 나오는 각종 의견 (예를 들어 동아리 방, 다른 음식점, 흡연실 등등)은 하나로 모아지지 못한 채 분분한 상태다. 이렇게 하나의 의견으로 수렴하지 못한다면 학생들을 위한 공간인 학생회관 1층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계속 빈 공간으로 남을 것이다.

학생회관의 이 공간이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인지 대해서 정답은 없다. 어떤 공간으로 활용될지 결정되더라도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생길 수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 있어 바로 내 눈앞의 일이 아니라고 해서 무관심하지 말고 적극적인 의사 개진과 학우들 서로서로에게, 또한 학교에도 의견을 교환하는 그런 장이 펼쳐졌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