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에서] 포스테키안의 자존심
[노벨동산에서] 포스테키안의 자존심
  • 서의호 / 산공 교수
  • 승인 200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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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경영이론으로 유명한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에 의하면 경쟁사회에는 5개의 경쟁세력이 있다. 그중 하나가 동종산업내에서의 경쟁자(internal competitor)인데, 포항공대생의 스케일을 물어보는 질문 중의 하나가 “포항공대의 동종산업내의 경쟁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답이 KAIST 나 서울대로 나오는 학생도 있고, MIT나 CalTech으로 나오는 학생도 있다. 여러분들의 경우는 어떤 답이 순간적으로 나올까 한번 반문해볼만하다.

최근 포항공대인의 자존심이 어떤 정도로 우리 마음에 살아있는가 하는 위기의식이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를 옮긴 교수를 이야기 하자는 것은 아니다. 자유시장이라는 원칙하에서는 교수의 대학 이동은 오히려 좋은 현상일 수도 있다. MIT 같은 세계적인 공과대학의 교수들도 수없이 이리저리 옮겨다닌다. 그러나, 86년 개교 당시, 세계를 향해 소리지르며 태어났던 그 기백이 아직 살아 있는지 궁금하다. 연봉제, 테뉴어 등으로 대표되는 평가 위주의 상황이 ‘교수의 개인화’를 재촉하고 그것이 전체에 대한 관심과 애교심보다는 개인의 업적에 보다관심을 갖는 상황을 촉발했을 수도 있다.

포항공대 졸업생들에게 “다시 고교생으로 돌아가면 포항공대를 다니겠는가?”라고 물으면 거의 100% 학생이 “그렇다”라고 답한다고 한다. 학생들은 입학의 동기가 어떻든간에 4년간 포항공대에 대한 강한 자존심을 키우고 졸업하는 것이 아주 반가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졸업생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그들의 가슴에 넘치는 자존심을 읽을수 있다.

많은 직원들은 최우수학생이 모이는 이 대학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흐른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학교 홍보일을 하다 보면, 그들의 노력이 얼마나 학교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는지 알게 된다.

최근 국제신기술대회 금상, 초전도박막 세계최초 개발 등 포항공대의 연구업적이 연일 신문기사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업적은 해당교수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포스테키안 모두가 함께 나누여야 할 프라이드라고 생각된다.

학생과 직원이 가지고 있는 강한 자존심이 개인업적평가라는 개인화현상을 보이고 있는 교수들에게 함께 연결되어 ‘포스테키안의 진정한 프라이드’가 빛을 발했으면 한다. 2002년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입시에 의한 새로운 국내대학 경쟁상황을 앞두고, 또한 국제화를 지향하는 여러 사회현상이 우리의 강한 프라이드를 더욱 더욱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아직도 실천하고 싶은 아이디어 중의 하나가 교직원 식당과 바닥에 세계적인 대학들의 이름을 새겨넣는 일이다. 그래서 그런 대학들을 자유롭게 밟으며 식사테이블로 향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4월이 되면 학교캠퍼스 전체가 꽃으로 뒤덮인다. 꽃을 보면 솟아오르는 물냄새가 난다. 포항공대는 그런 솟아오르는 물과 같다. 포스테키안의 자존심이 솟아오르는 물과 같이 뿜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