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 오름돌] 요즘 대학생은 학업은 뒷전(?)
[일흔여덟 오름돌] 요즘 대학생은 학업은 뒷전(?)
  • 이재훈 기자
  • 승인 2001.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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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주요 언론매체에 ‘대학생 51%, 하루 1시간도 공부 안 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 따르면 ‘대학생에 대한 학업성취와 사회적 문화적 배경 등 요인에 관한 기초자료 조사’ 결과 전국 6개 대학 재학생 1천 781명 중 51%가 하루 1시간도 공부를 안 한다고 한다.

‘무려’ 1천 781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이번 설문조사에 응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신뢰도는 있다 하겠다. 거기에다 이 기사에서는 ‘전반적인 대학교육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국가인적자원 개발의 핵심인 대학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될 것’이라며 국가의 미래를 걱정해 주기까지 했다.
설문 응답자중 51%가 하루 1시간도 공부를 안하는 것이기에 전국 200여 개 대학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고, 국가인적자원은 개발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리고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여건의 획기적인 개선과 공부하는 분위기의 조성만 있으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이것이 이 기사의 요점인 것 같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는 한 가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다. 대학생들이 공부를 안 하게 되는 요인에는 사회적 분위기와 고등학교 교육도 관계가 있다는 것 말이다.

지금까지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은 사회의 패배자였고 대학 입학에 성공한 자들은 승리자가 되어 만면에 웃음을 띄고 패배자들을 마음껏 비웃어줄 수 있었다. 또한 대학에 입학하기만 하면 그 사람이 대학에서 공부를 했든 안 했든 그런 것보다는 대학을 입학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게 여겨질 뿐이었다.

고등학교 교육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대학에 입학만 시키면 그들의 사명을 다 했다는 듯이 다른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학생의 재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이 공부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가 중요했다. 그리고 그들을 대학에 보내준다는 명목 하에 아침자율학습,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을 강요하곤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20여 년을 살아온 사람들 중에 정말 진리 탐구를 하고 싶어서, 또는 훌륭한 교육을 받아 유능한 인재가 되고 싶어서 대학에 입학한 자들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사람들을 만족시켜줄 만한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은 또 얼마나 될까.

고등학교까지의 제도적 교육은 물론, 가정에서의 사교육도 오로지 ‘입시 전쟁’에 승리하도록 점수 올리기에만 급급하게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던 사회가 이제는 미래 지향적인 가치관 없이 보는 풍토만 늘어있다고 대학생들을 비난해 댄다.

물론 세상은 변했다. 과거에는 대학 졸업증만 있으면 취직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실력이 없어서는 아무리 박사 학위 취득자라 할지라도 취직하는 것조차 힘들다. 대학이라는 간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세상이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데도 사회적 분위기와 고등학교 교육은 예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만 변할 때도 됐건만 아직도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 사로잡혀 고등학생들에게 대학만을 강요하고 있다.

다양화되어 가고 있는 세상 속에서 이제는 각 학생들의 재능을 키워줘서 공부에 뜻을 지니고 있는 학생은 대학에 들어가고 다른 길을 걸어나가길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그 일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각 학생에게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국가인적자원’ 개발이고 이 나라의 학생들을 위한 길일 터인데 왜 아직도 사회는 그것을 용납치 못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