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계단] 학교라는 울타리를 걷어내자
[78계단] 학교라는 울타리를 걷어내자
  • 정현석 기자
  • 승인 2003.04.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과후에 짬을 내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며 보람을 느낀다는 학생. 반전운동과 함께 이라크 어린이와 난민 구호품을 위한 주점을 연다는 학생. 봉사활동을 평생 교육과정에 접목시켜 전국에서 전체의 20%가 넘는 대학들이 수백만명에 달하는 학생, 교수들이 참여하는 봉사 및 사회 체험 과목을 개설하고 있는 미국. 이런 풍경들은 학업에 몰두하며 가끔 신문과 TV에서 사회 소식을 접하는 포스테키안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젊음과 순수함, 그리고 지성으로 대표되는 본격적인 사회인으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되는 대학 시절. 다양한 경험을 쌓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히겠다는, 어떻게 보면 대학인으로서 당연하다 싶은 목표를 대학 시절의 이상적인 지향점의 하나로 삼는 학우들도 많다. 물론 대학 안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더 넓은 세상에서 한층 새롭고 뜻있는 경험을 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일 것이다.

그러나 대개 그 경험들은 뚜렷한 목적 의식이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의 사회 경험에 그치고 만다. 더욱이 연구중심대학의 성격인 우리 학교의 특성상 학업이 우선시되어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사회 차원에서의 진정한 ‘사회 참여’는 단지 공염불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우들의 바쁜 일상에서의 사회에 대한 무관심과 사회 참여 의지의 부족도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현재의 사회 문제에 대해 학업이라는 우산 속에서 강 건너 불 구경 식으로 방관만 하는 것은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다.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 해체 현상과 더욱 증대된 사회 구성원에 대한 상호 영향성은 우리들의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더욱 필요로 한다. 우리의 사회에 대한 관심,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 사회의 소외된 곳에 보내는 따스한 손길. 이런 것들은 우리들에게도 보람을 느끼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회의 긍정적인 활력소가 될 것이다.

또한 대학 시절 동안 쌓은 사회 참여 경험은 대학 졸업 이후에도 사회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 사회 문제의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우리의 힘으로 정의가 실현되는, 더 밝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학교 학우들도 졸업 이후에 연구소에만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사회로 진출하거나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함으로써 속칭 ‘공돌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을 불식시킴과 동시에 이타 정신과 실천 의지의 성숙한 ‘사회인’이 되어야 한다.

대학인의 사회 참여는 딱히 형태를 규정할 수는 없지만, 다양하고 독특한 형태의 사회 참여 방법들이 존재한다. 과거의 대학생들의 사회 참여가 ‘한총련’ 및 ‘데모’로 대변되는 정치적이고 투쟁적인 형태로 일반인들에게 각인되었다면, 현재는 더 밝은 사회를 이루기 위한 사회 참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봉사 관련 단체 및 봉사 기관을 통한 자원 봉사 활동은 이런 ‘사회 참여’의 대표적인 분야이다. 인권 단체 및 장애인 관련 단체에서 사회의 마이너리티들의 권리 증대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이외에도 지역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해외 봉사, 교육 활동, 과학 대중화 운동도 바람직한 사회 참여 방법이다. 특히 과학 대중화 운동은 이공계인의 입장에서, 이공계의 입지 강화 및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사명감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사회참여 활동이다.

그러나 아직도 대학인의 사회 참여에 대한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일반적인 대학인의 사회 참여 형태인 자원 봉사활동만 하더라도 사회 봉사 담당기관들의 교육 능력 및 지원 체계의 미비, 사회 봉사자 간의 상호 정보교환과 협력 체계 부족등으로 실질적인 자원 봉사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학교 내에서도 자원봉사 활동은 새터 기간 동안의 꽃동네 봉사활동, 넓세바의 봉사 프로그램 등 단편적이고 일회성인 봉사활동과 동아리 차원의 수준으로 그치고 있다. 학교 차원에서의 사회 관련 프로그램도 넓세바 프로그램 및 해외 탐방 관련 프로그램의 개인적 차원의 ‘사회 경험’ 프로그램 위주이며, 적극적인 홍보 노력도 부족한 형편이다. 또한 우리대학의 지리적 한계 및 시간상의 부족으로 인해 두달 남짓한 방학이나 휴학 등의 시간 외에는 장기적인 형태의 사회 참여가 어렵다는 문제도 남아 있다.

20대의 젊은이들은 누구나 가슴에 뜨거운 정열과 때묻지 않은 순수성을 지니고 있다. 이제는 약동하는 에너지를 사회 참여를 통한 실천적인 의지와 행동으로 발산하여 세상을 더욱 활기차게 해야 할 때이다. 사회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학교에서도 대학인의 사회 참여가 옛날보다 더욱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음을 인식하고, 대학인들이 자발적이자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바꾸어 나감과 동시에, 한 학기동안 일정시간 봉사활동을 하면 학점을 인정해 주는 사회 봉사 학점제 등의 도입으로 사회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 또한 우리들도 평소에 사회 문제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사회 참여’를 꾸준히 실천해야 이후에 더 넓은 사회로 나가게 되었을 때, 진정한 사회 참여를 이룰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