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계단] 미래도 사람이 만들어 나가는 것
[78계단] 미래도 사람이 만들어 나가는 것
  • 이남우 기자
  • 승인 2002.11.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주 월요일부터 격일로 정보통신중강당에서 총학 주최로 ‘Vision of Postech’이라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개교 16년째인 올해 구성원 모두가 학교의 미래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처음으로 마련된 것은 분명 뜻 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나 구성원들의 관심은 너무나도 적었다. 특히 앞으로 학교의 발전정도에 따라 사회에서의 지위나 위치가 달라질 학생들이 이 같은 행사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여 함께 고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움직임이 적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의 상황은 지금 별로 좋지 않다. 총장 자리가 공석이 된지 석 달이 넘은 것은 둘째치고라도 최근 몇 년간 발전 속도가 둔화되어 정체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개교 초 엄청난 투자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던 모습과는 달리 현재는 거의 그런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물론 개교 초와 지금의 상황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개교 초 세계 유수의 대학들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이 되겠다는 우리 대학이 여기서 주춤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닐까.

객관적으로 볼 때 우리 대학의 성장과정은 누가 뭐래도 엄청난 ‘업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 학교가 현재 처한 상황을 냉정히 들여다보면 POSCO와 재단과의 적정선 관계 정립, 인프라 구축, 지역적 한계 등 여러 가지 한계와 문제에 부딪혀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은 누구나 공감하여 왔지만 이제껏 공론화 되거나, 적극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정책적 고민이 없었기에 더 큰 문제이다. 물론 위의 문제들이 쉽게 해결될 것들은 아니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이 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 외에도 구성원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Vision of Postech’의 모든 강연자들이 언급했듯이 구성원들이 학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지 않은 학교에서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적인 안목과 함께 그에 걸맞는 큰 꿈을 가졌을 때야 비로소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학교의 분위기는 이제 한국 최고의 공대가 되었으니 이 정도면 족한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일부 존재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교수들도 학생들도 모두 현재에 안주한 채 발전을 위해 필요한 모험 같은 것들을 꺼려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 학교가 세계의 유수 대학들과 경쟁을 할 수 있는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다시 한 번 변하고 앞서가야만 할 때를 맞이 한 것이다. 지금껏 우리 학교는 언제나 다른 학교보다 앞서가는 자세를 고수하였기에 지금과 같은 위치까지 성장할 수 있었고, 많은 불리한 조건들 또한 이겨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교 초 우리 학교가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다음의 두 가지를 흔히들 이야기 한다. 하나는 그 당시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재정적 지원이었고, 다른 하나는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을 만들겠다는 구성원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노력이었다. 이러한 것들이 밑바탕 되어있었기에 김호길 학장의 리더십과 추진력이 충분히 발휘되어 학교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의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개교 초와 같은 꿈과 열정을 가지고 학교의 발전을 위해, 개인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면 다시 한번의 개교 초와 같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것들과 함께 스탠포드가 실리콘밸리와 함께 성장한 것처럼 우리 학교 출신 학생들의 벤처와의 연계를 통한 인프라 구축을 비롯하여, 장기적으로 포스코로부터의 재정적 독립,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기반시설 구축 등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추진력 있게 그것을 실천한다면 우리 학교는 분명 세계 유수의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세계적인 공과대학이 될 것이다.

고 김호길 학장님은 당신이 쓰신 책 제목처럼 ‘과학도 인간이 하는 겁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처럼 ‘미래도 결국은 사람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위와 같은 계획들은 구성원 모두가 다같이 고민하고 생각해봐야만 정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가 부족하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좀더 학교 전반적인 일에도 관심을 더 기울이고, 학교의 문제에 대해서도 자기 문제처럼 생각을 해주길 바란다. 이러한 것이 실현될 때 우리 학교도, 그 구성원인 우리 자신도 한 단계 더 나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