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오름돌] ‘한국의 빛, 한국의 자랑’이 부끄럽지 않도록
[일흔여덟오름돌] ‘한국의 빛, 한국의 자랑’이 부끄럽지 않도록
  • 임강훈 기자
  • 승인 2002.10.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우리대학이 5년만에 1위를 차지했다. 이제 다시 정상에 올라선 주요인이 무엇이었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분명 기쁜 일이다. 하지만 전임 총장의 임기가 끝난지도 2개월이 되어가도록 총장직이 공석인 채로 있는 현 상황에서, 반가움에 앞서 씁쓸함이 감도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하루빨리 훌륭한 새 총장을 선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겠지만, 자칫하다 새롭게 부임할 총장이 우리대학에 가장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어떠한 문제들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하는지에 대해 준비할 시간도 가질 수 없는게 아닌가 우려된다.

지금 우리대학은 이른바 ‘Growing Pain’을 겪고 있는 시기이다. 개교 이후로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이 되기위해 끊임없는 행보를 해온 우리대학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러한 의미가 조금씩 퇴색되어가고 있지않은가 한다. 다시말해 현재 우리대학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러한 정체기를 극복하여 새로운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총장의 역할이라 할 것이다.

새 총장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인사문제가 아닌가 한다. 세계적인 대학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대학의 인사문제는 생각보다 보수적인 틀에 갇혀있다. 이는 교수 구성 비율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우리대학 교수 213명 중 정교수가 133명, 부교수 52명, 조교수 28명으로 정교수 수가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편이다. 그만큼 신임교원 충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교원의 평균 연령도 계속 높아져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초창기에 능력있는 교수를 초빙해오기 위한 학교측의 배려가 있었고, 그동안 학교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교수들의 공로는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겠지만, 어떤 분야보다도 젊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이공계 대학에서 새로운 교원 충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이전부터 지적되어오고 있었지만 매우 민감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개혁이 쉽지 않았던 부분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총장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새 총장이 해결해야 할 또다른 과제는 학내 분위기 전환이다. 많은 이들이 포항공대의 구성원들이 예전과 같은 포부와 발전의지를 잃었다고 지적한다. “과학과 국가와 미래를 생각하는”이라는 슬로건에 걸맞지 않게 기득권 유지나 실리추구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는 학교의 위상 상승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정책으로서 고쳐나가기에는 어려운 문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새로운 총장은 새로운 사업의 추진, 학업 및 연구 환경의 지속적인 개선 등을 통해 학교구성원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나아가 이공계기피현상에 따른 문제들도 해결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수, 직원, 학생들간의 분위기 전환도 필요하다. 이제 우리대학은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전체를 이끌어나가서는 발전적인 방향을 찾기 힘든 단계에 이르렀다. 각각의 위치에 있는 구성원들이 제자리를 찾아 서로를 되돌아보고 함께 발전해나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초창기 때의 앞만보고 달려가던 때의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학교 규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총장 선임 지연 문제도 그러하거니와 여러 가지 부분에 있어서 규정의 모호성에 의해 필요없이 역량이 낭비되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기도 하고, 재단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어떤 면에 있어서는 대학 운영에의 ‘간섭’으로 여겨지는 규정이 존재한다. 규정 자체에 대한 변경이 아니라 모호한 규정에 대한 검토와 규정이 가지는 위상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15년동안 우리대학은 구조적으로나 규모적으로 크고작은 변화들를 겪어왔다. 물론 그때그때 변화에 따른 개정이 있어왔지만, 전반적인 재검토도 한번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새로운 총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비단 이것들만은 아니겠지만 지금 우리대학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이전까지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문제, 무심히 넘어가게 될 지도 모를 문제들이 앞서 말한 문제들이 아닌가 한다.

물론 더욱 아쉬운 점은 아직도 후임 총장에 대한 아무런 소식도 들을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언제까지나 기수없는 ‘행마’를 계속할 수는 없다. 더욱이 아무 준비없는 기수를 맞이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얼마전부터 대외 홍보용으로 굳어진 듯한 우리대학을 설명하는 수식어, ‘한국의 빛, 한국의 자랑’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