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오름돌] 소비자로서의 권리 찾기
[일흔여덟오름돌] 소비자로서의 권리 찾기
  • 문재석 기자
  • 승인 2002.05.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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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수강신청 기간이 되었다. 늘 그렇듯 포시스의 접속문제, 그리고 인문겚낼怜倖?수강의 인원이 편중되는 문제도 또한 반복되고 있다. 이는 큰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고, 문제자체가 재정이나 지역적인 한계성이라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기에 일면 수긍하게 된다.

하지만 수강신청제도와 관련해서 어떤 과목을 수강해야 할 지, 학생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정보가 주어져 있지 않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강의가 어떻게 진행이 될 것이라는 강의계획서를 사전에 조회해 볼 수도 없으며, 그 강의가 이전에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배우는 것인지 학생들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 지 등의 자세한 정보는 차단된 채 수강신청을 해야만 한다.

수강신청 전부터 어떤 과목이 개설되어 있는지는 포시스를 통해 검색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단지 시간을 맞추어 본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그것은 포시스를 통해서는 강의시간과 담당교수 - 실은 이것마저 안올라오는 경우도 많이 있다 - 만 나와있고, 더 자세한 것은 수강 신청이 시작된 이후에나 올라오기 때문에, 사전에 학생들은 어떤 수업을 들을 것인지에 대해 공식적인 자료를 구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요람이 있기는 하지만 여기에 나와 있는 과목이외의 강좌가 개설되는 경우도 많이 있고, 요람상에는 과목별로 한 두줄의 짤막한 소개가 전부여서 이것을 가지고 어떤 강의를 들을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무리이다.

전공에 따라서는 강의계획서가 다 올라와 있는 학과가 있는 반면, 인문사회학부와 같이 사전에 강의 계획서가 단 하나 올라와 있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과목이 개설된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은 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 가지지 못한 채 어떤 수업을 들을 지를 결정하게 된다. 실제로 이번에 추가로 개설되는 영작문이나 새로이 개설되는 영어연설 같은 과목이 어떻게 수업이 진행될 것이며,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의 정보를 어디서도 얻을 수 없다.

또, 그 강의가 학생들에게 전반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알 수 없다는 것도 지적되어야 한다. 그 이전에 학생들이 강의평가를 해왔지만, 그것은 단지 개설학과 주임교수 선에서 반영이 될 뿐이고, 학생들은 그 강의평가의 결과가 어떠한지 알 길이 없다. 작년 총장 간담회 때 학생들에게 강의 평가를 학생에게 공개, 반영해 달라는 건의가 있었으나, “강의 평가는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는 답변만이 전부였다. 강의평가를 학생들이 알지 못한다면, 어떻게 충분히 반영을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학생들의 강의평가가 너무 성의가 없고, 또 이마저 반 강제적인 방법을 통해야 하는 만큼, 강의평가에 큰 비중을 둘 수 없다는 학교 측의 설명은 큰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반영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강의평가를 누가 성심 성의껏 하려고 한단 말인가? 학생들에게 강의평가를 공개하고, 학생 스스로 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한다면 학생들도 강의평가를 더 충실히 할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의 시혜로 수업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당하게 등록금을 내고 교육 받을 권리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교육이라는 서비스의 구매자인 학생이 어떤 질의 교육인지 모르고 구입을 해야 한다면, 그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가 차단된 것이다. 강의가 어떤지 알지 못하고 수강신청을 하는 것은 학생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우리 학교는 교육만큼은 일류로 행해지고 있다고 교육자나 피교육자 모두 자부하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교육에 관한 한, 아직도 이류로 남아 있는 부분이 있다면 시급히 일류로 만드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