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오름돌]정보의 ‘바다’에서 ‘익사’하지 않으려면
[일흔여덟오름돌]정보의 ‘바다’에서 ‘익사’하지 않으려면
  • 문재석 기자
  • 승인 2002.04.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흔히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에 비유를 한다. 그 중에서도 매일 들어가는 인터넷 전자 게시판에서 우리는 많은 정보를 접한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포털사이트들이나, 각 기관, 단체별로 만들어 놓은 게시판들에서 많은 토론과 비판, 비난들이 이어지고, 그러는 와중에서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다양한 정보를 접한다. 이 중에는 인터넷 신문기사와 같이 출처가 확실한 것들도 있지만, 익명으로 인터넷 이곳 저곳을 떠돌고 있는 근거가 불분명한 자료의 수 또한 엄청나다. 재작년에 반일 감정을 고조시켰던 한 정치인의 정치적 술수로 드러난 독도 문제제기 글이나, 일본인이 아기를 먹는 사진이라며 네티즌들을 분노하게 한, 결국에는 한 괴짜 중국 예술가로 드러난 사진 또한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김동성 선수가 쇼트트랙 5관왕을 거머쥐는 순간, 오노가 하였다는 약물 복용, 혹은 개고기 발언 등은 그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채 인터넷의 파도 속에 파묻혀버렸다.

이러한 면을 굳이 떠올리지 않는다면, 인터넷 게시판은 참으로 유용한 새로운 미디어임은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나이, 성별, 지역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다양한 생각을 표출할 수 있고, 사회 여론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바로 인터넷 게시판인 것이다. 이는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이원화되어 있는 기존의 미디어와는 달리, 글을 읽는 사람이 곧 ‘Reply’버튼을 클릭함과 동시에 글을 쓰는 사람으로 변하기에 기존 언론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될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정해 줄 수 있다. 또, 정치적, 사회적 사안에 대해 말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열림으로 해서 정치 문제나 사회문제에 대해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열려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 점차 빨라지고 그 사용자수가 늘어남에 따라 여러가지 부작용들이 생기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확인할 수 없는 여러 정보들도 그 중 하나다. 이러한 문제들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매일 올라오는 글들을 깊게 생각할 시간 없이 단순히 읽고, 마음에 들면 Ctrl-C, Ctrl-V로 바로 다른 게시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정작 옮기는 본인은 그에 관해 심각한 고찰없이, 사이버 시위에 참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즉, 인터넷의 중요한 기능인 정보의 확대, 재생산 과정 속에서, 사실 확인없이 정보가 확산되어 나가고, 그 중간과정에서의 재생산역할은 하지못한다는 것이다.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깊은 생각이 없었던 만큼, 그에 따른 책임 또한 아무도 지지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가 ‘단순히’ 글을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그 글의 게시자로서의 법적인 책임을 묻는다고 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책임을 실제로 지려고 하겠는가?

이러한 무책임함은 그 자체가 문제이기도 하지만, 인터넷 게시판의 가치를 평가절하 한다는 데에 더 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인터넷에서 중요하다고 인식되기 위해서는 수 많은 게시판을 도배할 수 있는 ‘선정적’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하며, 이는 결국 ‘인터넷도 별다를 것이 없다’는 인식으로 발전하여 인터넷이 공론의 장으로서의 기능은 사라지고 단순한 욕구의 배출구로서의 역할밖에는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햇살이 강한 만큼 그림자가 생긴다고 하지만, 그 그림자가 다시 햇살을 가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인터넷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단순한 가십거리로 밖에 취급받지 않게 되면 지금까지 이루어놓았던 네티즌의 자유언론 창구는 네티즌의 손으로 문을 닫는 꼴 밖에는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점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것은 현재 우리 사회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계층, 그리고 인터넷에서 실질적으로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계층자체가 오프라인에서 말과 행동에 따른 책임의식을 훈련받은 세대였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종이 신문보다는 인터넷 게시판을 보고 자라온 우리의 후세대가 사회의 중심층으로 자리잡았을 때는 자칫 인터넷이라는 공론의 장은 형성 되어 있으나 그 사이에 교환되는 생각이 없는 사태에까지 이를지 모른다. 그러한 불안감은 인터넷 속에서 난무하는 한줄 Reply와 악성 Reply들을 접하는 사람 사이에서 점차 확산되어 나가고 있다.

네티즌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 하나를 읽더라도 조금 더 신중히, 일관된 자세로 접하며, 다양한 사건들에 대해 단지 복사와 붙여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훈련 또한 병행해야 할 것이다. 과거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 통신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정화 작용을 해 나갔듯이, 네티즌들도 충분히 스스로의 힘으로 이를 해나갈 수 있어야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다 익사하는 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