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오름돌] 꿈을 쫓는 ‘공돌이’
[일흔여덟오름돌] 꿈을 쫓는 ‘공돌이’
  • 신동민 기자
  • 승인 2002.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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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타니 아키히로가 지은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란 책에는 ‘자신의 꿈 앞에서 항상 눈을 번쩍 떠라’란 대목이 있다. 여기서 작가는 대학을 졸업하는 시점에 와서까지도 장래에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는 20대들에게 하루빨리 꿈을 가지도록 당부하면서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만 알면 꿈의 반은 이뤄진 것이라고 역설한다.

최근 신문 사회면을 연달아 장식하는 이공계 기피 현상의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적 대우의 불균형에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자기의 적성에 맞춘 자아 실현보다는 돈을 가장 최우선으로 선택하는 것을 너무 당연시 하는 분위기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학업의 부담에서 오는 피로를 이겨내는 데는 ‘학점을 잘 받기 위해’, 혹은 ‘자존심 때문에’ 같은 동기보다는 그 일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하는 자세가 더욱 효과적이고 보람차다.

적어도 대학이라는 공간만큼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찾도록 노력하는 기회의 장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자기가 장차 하고 싶은 일을 확실하게 정한 뒤 대학에 들어오는 신입생은 매우 드물다. 따라서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라도 학업에 열중하면서 학업 그 자체에서 혹은 나름대로의 다른 일을 통해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를 찾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버드식 인생 성공법>의 작가 켄트 킴 같이 자기가 진정 좋아하며 가장 자신있는 일이 만화 그리기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 하버드 경제학과라는 간판에 개의치 않고 그 일에 열정을 쏟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꿈을 향한 젊음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학교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시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불편없는 기숙사, 주변의 호의적인 시선 등의 만족스런 환경은 입학부터 졸업까지의 4년 이상의 오랜 기간동안 사람을 나태하게 만들 수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은 이혼 뒤에 생활 보조금으로 연명하다 동화 쓰기에 매달려 세계적인 히트작인 해리포터 시리즈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혼만 하지 않았어도, 혹은 딸 우유값도 못 살 정도로 가난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녀가 해리포터를 탄생시켰을까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부족함 없는 환경은 잘못 사용할 경우 자신의 가치와 가능성을 발견하는데 있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학교 학생이라면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한다.
<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로 유명한 문화평론가 김지룡씨는 최근 저서에서 인생을 고스톱에 비유하며 ‘인생 망가져도 고!’ 라고외친다. 좀 험난한 길이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판 벌이기 전부터 무조건 ‘고’할 마음을 먹었다면 패를 잘못 던지는 일 없도록 항상 집중하고 긴장해야 하듯이 자신의 꿈을 찾는 것도 그와 더불어 딴 곳에서 허우적 되며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끊임없는 숙제와 시험에 치이는 삶이 되더라도 학기 중 수업 한 번도 빼먹지 않기, 저녁마다 체육관에 가서 운동하기, 아침 꼭 챙겨먹기 등. 사소해 보이지만 쉽지는 않은 생활 목표부터 실천하는 것도 대학 생활의 패를 던짐에 있어 망설임 없이 ‘고’를 부르도록 도와주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공대에 입학하고 어려운 공부를 할 마음을 먹었다면 짧다면 짧을 수 있는 대학 생활 동안 그 안에서 자신만의 적성을 살리는 인생계획표를 만들어보자. 학부 때는 돈 많이 버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어떨까. 졸업 후 상아탑 속에서든, 사회에 나가서든 즐겁게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진정한’ 공돌이의 모습은 사명감보다 돈에 끌려 전공을 선택한 의대생의 모습보다 훨씬 아름다울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