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거듭나는 총학이 되기 위한 제언
[독자논단] 거듭나는 총학이 되기 위한 제언
  • 이동헌 / 신소재 4
  • 승인 2001.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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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여러모로 수고한 15대 총학생회(이하 총학)의 일년 활동을 평가하고 새 총학을 선출하는 일로 한창 바쁠 때이다. 졸업을 앞두고 학교를 떠나는 입장에서 학교와 학생 자치단체들이 더 발전하고 성장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은 모든 졸업생들의 한마음일 것이다.

군대를 다녀온 2년의 공백을 제하고 4대의 총학을 때로는 자치단체의 일원으로, 때로는 평범한 학우로서 지켜보면서 그들의 어려움에 동감할 때도 안타까워할 때도 많았다. 학업 부담과 적은 인원, 부족한 실무 경험, 학우들의 참여 부족 등의 많은 어려움 속에서 때로는 부재와 경선을 반복하면서 이어져 내려온 총학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환경속에서 다른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은 눈에 띄지 않았다.

솔직히 예전 총학과 현 총학의 차이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학생운동이 자치단체의 가장 중요한 본질로 인식되어 온 한국 대학문화 속에서 예전 총학은 학생운동의 주류에 끼지도 못하면서 어설픈 흉내내기에 그칠 때가 많았다. 나름대로 진지한 성찰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방관과 따라가기의 반복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90년대 말을 지나면서 한국 대학문화의 흐름도 기존의 대항문화에서 사회봉사활동, 지역사회와의 연계 등으로 다양한 변모를 꾀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주체적이지 못하다.
대학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총학이 대학 정책에 끌려 다닌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힘들다. 항상 문제가 터지고 나면 학생들의 반응에 따라가기 급급했고 이 결과 노력은 노력대로 하고 힘은 힘대로 빠지게 된다. 학교에 먼저 의견을 제시하고 학교 정책에 참여 하여 이끌어 나가려는 시도는 거의 볼 수가 없다. 학생이 학교의 주인임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주인다운 행동은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 대학의 경우 자치단체의 학생지도자들이 총장 등의 정책결정층과 직접적이고 정기적인 접촉을 갖고 있으며 상호간 존경과 신뢰로 대학에 대한 공통된 인식과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한다. 개교 10돌을 지나면서 우리학교의 새로운 비전이 없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지금 몇 년은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나가는 때일 것이다. 이런 중요한 때에 총학은 대학생다운 참신한 의견과 적극적인 정책 제시로 대학당국과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고민하며 비전 만들기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대항문화는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서로간의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이다.

여태까지의 총학이 자치활동의 자율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에 집착한 나머지 다른 중요한 본질인 대학생의 창조성과 독창성, 다양성에 대해서는 소홀해왔다면 앞으로의 총학은 우리만의 새로운 대학문화상을 만드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보여주기식 이벤트나 행사에 힘을 빼기보다는 이러한 고민과 학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성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총학의 활동이 행사로 시작해서 행사로 끝나서는 안된다. 단기적인 가시성보다는 장기적이고 꾸준한 정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동연, 학과협 등의 타 자치단체와의 협력과 대학언론인 신문사와의 긴밀한 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

매년 논란이 되는 연계성 문제 또한 기존의 집행부원들이 남아있다거나 모든 자료의 문서화만을 통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지도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학생지도자를 정기적으로 훈련시켜 총학의 비전을 공유하고 대학에 대한 이해와 조직활동의 전문화에 노력해야 한다. 그해의 총학에 대한 평가가 몇 년 뒤로 미루어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총학이라는 이름이 지니는 의미는 학우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한편 학우들과 대학문화를 리드해갈 수 있는, 친근과 위엄을 동시에 지닌 의미일 것이다. 새로이 출범하게 될 총학이 그 이름에 걸맞는 위상을 세우기를 바란다. 급변하는 시대라는 물살 속에서 표류하거나 좌우로 치우치지 않으려면 물살을 앞질러 먼저 나아가야만 하듯이 지금까지의 틀을 과감히 깨고 대학자치문화의 흐름을 앞질러 가는 젊은 총학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