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 오름돌]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기다리나
[일흔여덟 오름돌]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기다리나
  • 임강훈 기자
  • 승인 2001.10.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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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방학, 온라인을 통해 주차장 문제에 대한 불만이 처음 제기된 것은 한 학생의 부모님이 자식을 보러 학교를 방문했다가 주차문제로 큰 불편을 겪은 이야기가 TIMS 게시판에 올라오면서부터였다.

이것 때문이었는지는 모르나 그 글이 올라온지 얼마되지 않아 그동안 흐지부지해져 있었던 지곡회관 주차장의 장기주차차량 단속이 재실시되었고, 이와 함께 TIMS 게시판과 포스비 보드에 주차정책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의 글들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가운데 학교에서는 2학기부터 새로운 주차정책을 시행할 것을 공식 발표하였고, 현재 이미 새로운 주차제도가 시행 중에 있다. 하지만 학생들과 주차정책 입안자들 사이의 갈등은 더욱 악화되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처음 새로운 주차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라는 공지가 발표되었을 때, 당시 주차문제로 불만이 많던 학생들도 새 주차정책에 반신반의하면서도 한편으론 기대를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신분별주차관리 등의 구체적 시행방안이 발표되었을 때의 학생들의 반응은 “학교로부터 배신당했다”라는 것이었다.

새 주차정책을 세우는데 있어서 학생들의 의견 반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학생들의 주차공간을 배려하여 신분별 주차관리제를 내놓은 것이었으나 아무런 사전예고없이 발표된 신분별 주차정책 및 주차면 배정비율은 학생들로서는 너무나 황당한 것이었다.

그러한 학생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과 직원들과의 간담회가 마련되기도 했으나 결국 학생들이 가장 크게 문제삼았던 교직원/연구원/학생으로 나뉘는 신분별 주차관리제는 그대로 시행되었고 직원들의 일관성없는 업무처리까지 겹쳐 학생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기에 이르렀다.

현재의 신분별 주차제도가 실효성을 가지지 못하고 있음은 명확한 사실이다. 교사지역에 주차를 해야하는 학생들은 새 주차관리가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주차공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교직원 주차면은 비어있는 경우가 많아 효율적인 주차장 이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주차장 배분을 결정하는데 있어 차량을 이용하여 통근을 하는 교수님들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데다가, 학생들의 차량수 역시 정식등록된 차량수만을 고려하여 비등록 차량수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에 대해서도 비난 여론이 분분하다.

결국 학생들에게는 비어있는 주차공간이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해놓은 것처럼 비춰져 학생과 직원 사이의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책 입안자들은 여전히 등록차량의 수치만을 내세워 현재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이 정책 입안자들만의 잘못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학교 정책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나는 손해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학교 정책을 무시한 채 적극적인 문제해결에는 나서지 않는 학생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많다.

단순히 손해보지 않겠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차량등록을 기피하면 주차정책 입안자들로서는 입증될 수 있는 수치에만 의존해 정책을 세울 수 밖에 없다. 온라인을 통해서 연일 주차문제를 둘러싼 글들이 수도 없이 올라오고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말로만 떠들어댈 뿐,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사람은 없다. 설사 누가 나서보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뒷걸음질쳐 구경만하고 있을 뿐이다. 일부 학생들은 감정만을 앞세움으로써 직원들의 합리적인 업무수행에 도리어 훼방을 놓기도 한다.

현시점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벌써 3개월이 넘도록 어느 쪽으로도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학생과 학교 양쪽 모두 아무 소득없는 소모전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 및 연구원들이 학업과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무엇보다도 가장 큰 총력을 기울여야 할 학교 행정이 마치 눈뜬 장님처럼 문제를 코 앞에 두고도 그냥 방치하고 있고, 학생들은 문제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누구 하나 나서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지 않는다. 이런 때면 학생들을 이끌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자치단체의 역량 부족이 매우 아쉽다.

지금 현 상황에서는 이미 실효성이 없다고 판명된 주차정책에 대해서 부분적인 조정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첫단추부터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모든 구성원의 의견수렴이 이루어지지 못한 제도인 만큼 어떤 방법으로도 갈등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그것을 바로 잡아줄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더이상의 소모전을 막기위해서는 학교 측에서 직접 나서서 주차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정비를 해야 한다.
주차문제로 시작된 학생들의 불만이 날이 갈수록 직원과 학생 사이의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대립을 낳기 전에 학교 측에서는 하루 빨리 교직원과 학생과의 열린 토론-일시적 불만해소를 위한 간담회가 아닌-의 자리를 마련하여 새로운 주차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