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 노벨상은 우리한테 얼마나 가까이 있을까?
[노벨동산] 노벨상은 우리한테 얼마나 가까이 있을까?
  • 박 준 원 / 화학 교수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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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 지도교수의 노벨상 수상을 접하고
2005년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Grubbs 교수(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Schrock 교수(MIT)와 Chauvin 박사(French Petroleum Institute)가 선정되었다는 발표를 들었을 때 Grubbs 교수 연구실에서 4년 동안 연구 생활을 하면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으로서 남다른 감회가 들었다. 훌륭한 연구도 하였으며, 이에 못지 않게 가족과 학생에 대한 깊은 애정을 나타내어 그 동안 마음속으로부터 존경했던 분이 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기쁨이 가라 앉지 않았다.

뛰어난 과학적 업적을 도출했으나 경쟁적인 연구로부터 받는 압력과 개인적 성격으로 인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순탄치 못한 가정생활로 일부분 밖에는 존경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익히 아는 관계로 기쁨은 더 컸다. Caltech에서 실험실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그 이후에 알게 된 사실들을 종합해 보고 느낀 점을 간단히 적어 보고자 한다.

< 처음부터 각광받은 유명한 교수는 아니었다 >
Grubbs 교수가 스텐퍼드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끝내고 처음 부임한 곳은 미시건 주립대학인데 초기 성과를 바탕으로 Caltech으로 옮길 수가 있었으나, 1980년도에도 학교의 대우가 신통치 않아서 타 학교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기도 하였으며, 그 당시 시쳇말로 ‘잘 나가는 동료교수’들의 텃세에 힘들어 하기도 했다.

< 학문적 황금기를 50-60세에 이루었다 >
Grubbs 교수의 주 연구분야는 금속-탄소 이중결합을 갖는 촉매의 화학적 성질인데, 수분에 의하여 분해되는 특성으로 인하여 촉매는 학문적 영역에 머물렀으며, 1980년도 후반에 한 대학원생이 우연히 관찰한, 물에서도 반응성을 나타내는 금속이온에서 힌트를 얻어 광범위한 환경에서 반응성이 우수하고 활용성이 높은 유기금속촉매를 탄생시킴으로써 화학의 영역을 넓혔으며, 폭 넓은 실용성을 입증하였는데 이러한 일들은 최근 10년간 즉 Grubbs 교수가 50세가 된 후에 성취한 내용들이다.

< 학문적 성과를 경쟁위치에 있는 교수에게도 공을 돌렸다 >
MIT의 Schrock 교수는 반응성이 매우 높으나 제한적 환경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하고 비슷한 응용성을 타진하는 연구를 진행했는데, 내가 Grubbs 교수 제자여서 인지 당연히 Grubbs 교수가 더 큰 학문적 공을 세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중, 수년 전부터 Schrock 교수와 공동으로 노벨상 수여하는 것을 주위에서 추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상하게 생각했으나, 이번 수상소식을 듣고는 자기만의 공을 크게 이야기 하고 타인의 업적을 내리다가 수상자 반열에 들지 못한 경우들이 생각났다.

< 노벨상 수상을 위해 대학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
미국의 유명한 대학들은 학교의 명성을 높이거나 유지하기 위해서 좋은 학생, 뛰어난 교수를 유치하고 경쟁력있는 연구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밤낮으로 노력하는 것 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성과나 업적을 외부에 알리고 인정받기 위해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동원한단다. 즉, 각종 큰 상을 수상할 수 있는 교수들의 수상을 돕기 위해서 각종 로비활동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뒤에서의 노력이 큰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러한 사실들을 정리해 보면 수재들이 집결한 포항공대에서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여건들은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여러 학과에서는 국제적 명성을 얻는 연구실적들이 축적이 되고 있으며 이런 분 중에는 40-50대에 속하는 교수들이 많이 있으니 같이 노력한다면 노벨상과 같은 큰상도 근거리에 있다고 희망을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