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송유근 군과 언론 그리고 영재교육
[독자투고] 송유근 군과 언론 그리고 영재교육
  • 이응주 / 화공03
  • 승인 1970.01.0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입시철을 맞아 각 대학들이 내년도 신입생 모집에 한창이다.

이번 수시모집에 있어서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국내 최연소의 나이로 인하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영재소년 송유근군을 들 수 있다.

5세에 한글과 구구단을 익히고, 6세에 중학교 미분 적분과정을 공부하고, 7세에 고등학교, 대학교 물리과정을 공부하고 당당히 대학에 합격하였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언론은 일제히 송유근 군의 대학입시과정 소식을 세세하게 보도했고 천재소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를 나타냈다. 더불어 각 문화센터에서는 ‘송유근 열풍’으로 벌써 ‘영재교육’ 강좌가 개설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자녀를 영재로 키우는 방법, 부모의 역할을 알려주는 강좌, 초등학생, 5~6세의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영재교육 프로그램 등 영재교육 강좌가 그것이다.

지난 1960년대에 지능지수가 250에 이르는 ‘천재소년’ 김웅용씨가 있었다. 그는 4살 때 한국어, 일어, 프랑스어, 그리고 독일어 등 4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고교생 수준의 미, 적분을 풀
정도로 천재성이 뛰어났다.

언론 매체들은 한국의 천재라며 그가 아인슈타인과 같이 한국을 빛낼 위인이 될 거라며 스타만들기에 치중했다. 그러나 언론의 지나친 관심은 김씨에게 항상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작용했고 결국 김씨는 심적 부담으로 인해 언론이 원하는 스타가 되지 못했다. 이후에 김씨가 그의 분야에서 이렇다 할 업적을 남기지 못하자 김씨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다.

지금 언론은 또다시 새로운 천재소년의 등장을 연일 알리고 있다. 김씨 때 그랬던 것처럼 송군의 일상을 면밀히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굉장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관심이 송군 부모를 들뜨게 만들고 공부에 집중해야 할 학생을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입 면접 때 송군이 발명했다는 공기정화기가 사실 한 중소기업의 제품인걸로 밝혀진 일은 이런 예상이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송유근 열풍’이 교육계에 조기 영재 교육열을 불 붙였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3세 때부터 외국어를 가르치지 않으면 아이가 뒤쳐져진다’는 얘기가 불문율로 돌 정도로 부모들이 조기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부모들이 송군의 예를 들면서 자식을 각종 사설 영재교육기관에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영재교육과 같은 특별 학습을 통해 성과를 보이는 아이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대다수의 부모들이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내 아이도 영재이길 바라는 마음에 지금 영재학원에는 어린 학생들로 가득하다. 자식은 부모의 기대에 걸맞게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에 스트레스를 받고, 부모는 자식이 기대하는 만큼 하지 못해서 자식을 꾸짖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이제라도 언론은 송군이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길 바란다면 한걸음 떨어져서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론이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한 학부모도 조기 영재교육이 자식을 영재로 바꾸어 줄 거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조기교육이 자녀 교육의 해결책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