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음식물 쓰레기와 원전 수거물
[독자논단] 음식물 쓰레기와 원전 수거물
  • 박희갑 / 한국남동발전 사장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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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제도라는 친환경제도가 시행되어 환경을 지키고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일반쓰레기와 섞여 버려져 국토를 오염시키는 주범인 음식물 쓰레기가 이제는 가축의 사료나 식물의 비료 등 소중한 자원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왜 진작 이런 괜찮은 제도가 시행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이다.

우리의 생명 줄인 음식물과 마찬가지로 발전과정에서 전력 생산의 대가로 연료원에 따라 처리해야 쓰레기가 생기게 마련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력발전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우라늄을 연료로 하는 원전발전방식은 원전수거물과 사후원전연료가 처리 또는 관리의 대상으로 남는다.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와 마찬가지로 원전수거물 관리센터 부지선정도 우리의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해결하고 넘어가야할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원전센터 부지 선정 문제는 접근방식에서부터 음식물쓰레기와는 달리 막연한 두려움과 비과학적인 인식으로 건전한 여론이 형성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전력산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원자력발전은 국내 총 전력생산의 40%를 책임지며 국가경제발전과 국민문화생활 증진에 크게 이바지 하고 있다. 에너지자원이 무기화되는 오늘날의 국제 환경과 에너지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원자력발전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사람이 동의하고 있는 사실이다.

미래 이러한 경향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위시한 신흥 경제대국들의 급속한 개발로 자원 특히 에너지원의 공급부족 현상은 심화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협약의 발효로 환경관련 비용은 대폭적으로 증가될 전망이다. 따라서 적어도 향후 수십 년간은 원자력에 우리나라 전력생산의 상당부분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 최상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는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는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극복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다. 신재생에너지가 전통적인 기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을 대체하려면 상당한 세월이 지나야 한다.

현재 18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원전수거물을 임시로 원자력발전소 내에 보관하고 있으며 이마저 2008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이는 곧 원자력발전을 지속할 수 없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전력공급의 대혼란을 의미한다. 이제 더 이상 원전수거물 관리센터의 부지 선정 문제는 감정적인 접근, NIMBY, 맹목적인 핵 반대 등의 사유로 결정을 늦추기에는 너무 심각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난 2004년 원자력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 변화는 매우 의미 있는 조치라 생각한다. 즉, 그간 환경단체가 주장해온 내용을 정부가 대폭 수용하여 중저준위수거물의 영구처분장을 사용후 연료 중간저장시설과 분리하여 우선 건설하자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원전정책과 관련하여 이해당사간 합의를 우선순위의 처음으로 올려 국민적 대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중요한 입장의 변화라 생각한다. 이제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모든 이해관계자가 페어플레이를 하여 주민의 요구를 최대한 존중하여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

다만, 막연한 공포, 두려움 등 원자력과 관련한 부정적인 선입관에서 벗어날 필요는 있다. 중저준위수거물 처분시설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 40여 년 전부터 운영이 시작되어 지금은 세계 36개국 70여 곳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운영될 정도로 그 안정성이 충분하게 입증되어 있다. 원전 수거물은 300백 년 동안만 잘 관리한다면 인체와 자연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은 자연 상태로 돌아간다. 마치 음식물쓰레기를 잘 관리한다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이치와 같다.

이제 더 이상 소모적인 대립과 논쟁으로 국민과 국가의 힘을 낭비하지 말아야 하겠다. 그간의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원전수거물관리센터 부지선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올해는 필히 마련해야 한다. 우리세대에서 먹은 음식물의 찌꺼기를 다음 세대에서 처리하여야할 골치 아픈 존재로 만들게 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