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유통기한 사라진다 … 소비기한 도입
올해부터 유통기한 사라진다 … 소비기한 도입
  • 소예린 기자
  • 승인 2023.01.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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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일)부터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시행된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오늘(1일)부터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시행된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오늘(1일)부터 유통기한이 아닌 소비기한을 표시하는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시행된다. 1985년 유통기한 표기 도입 후 38년 만에 식품 표기가 바뀌는 것이다. 재작년 7월 ‘식품 등의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사용하게 됐으나, 국민 인식 전환 및 업계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늘부터 시행된다. 소비기한 도입을 통해 대부분의 식품 보관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 표기법인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상당히 다른 개념이다. 유통기한은 제품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이다. 유통기한은 판매자가 식품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간인데, 소비자들에게 폐기 시점으로 오인되고 있다. 실제로 국민 정책 참여 플랫폼 ‘국민생각함’의 설문조사 결과, 국내 소비자의 95.6%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식중독 우려 등으로 폐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소비기한은 보관 방법을 준수했을 경우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간을 의미한다. 소비기한이 지났다면 식품을 폐기하는 것이 좋다.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길다는 것이 특징이다.

오늘부터 유제품을 제외한 모든 식품 표기가 소비기한으로 변경된다. 올해 한 해 동안 소비기한은 계도기간으로 도입되는데, 내년부터는 소비기한을 도입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이 내려질 예정이다. 소비기한 표시가 미흡한 기업에는 제품 폐기부터 영업 허가 및 등록 취소 처분이 내려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우유 및 우유 가공품 등은 품질 유지를 위한 냉장 보관기준 개선이 필요해 2031년부터 소비기한이 도입될 예정이다.

소비기한은 식품의 조기 폐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 절감과 식품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유통 과정에서 손실되는 음식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양이다. 또한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식품 폐기량은 연간 548만톤에 달하며 그 처리 비용은 1조 960억 원에 이른다. 이에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 중립 실현을 목표로 식품 폐기에 따른 환경·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소비기한을 도입했다.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길다는 점에서 식품 폐기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식품 폐기 감소로 인한 탄소 중립 실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비기한의 도입에 따라 식품 표기 기한이 크게 변화할 예정이다. 주요 식품 유형별로 살펴보면, △과자는 45일에서 81일로 △빵류는 20일에서 31일로 △햄은 38일에서 57일로 증가하는 등 기한이 대폭 늘어난다. 같은 식품을 더 오래 먹기 때문에 소비자로서는 소비기한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소비기한은 식품의 실제 수명보다는 적은 수치를 기준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보관 기준을 지킨다면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 물론 적절한 보관 방법을 준수했을 경우 섭취 가능한 기간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에서는 2025년까지 200여 개의 식품 유형의 2,000여 개 품목에 대한 소비기한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식약처 실험 결과를 참고 값으로 활용하면 기업에서는 별도의 실험 없이 제품 소비기한을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식약처에서 제시한 권장 소비기한 내로 소비기한을 표기해야 한다.

국내 식품 표기는 오랜 기간 유통기한으로 굳어져 왔지만, 해외에서는 다양한 식품 표기가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유통기한 △포장 일자 △소비기한 △품질 유지기한 △판매기한 등의 다양한 지표를 식품 표기로 사용한다. 특히 미국 농무부는 식품 폐기를 줄이기 위해 ‘품질 유지기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품질 유지기한이란, 식품에 맞는 적절한 보관 방법을 준수했을 때 해당 식품의 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 기한을 말한다. 따라서 품질 유지기한과 함께 식품을 가정에서 보관하는 법을 자세히 명시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소비기한과 상미기한을 함께 사용한다. 상미기한은 미개봉 상태로 용기 포장된 제품이 표시된 저장 방법대로 보관됐을 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한을 말한다. 이외에도 유럽연합은 품질 유지기한과 소비기한을 사용하는 등 식품 표기는 유통기한만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김치류나 젓갈류에 대해서는 품질 유지기한을 사용한다.

새해를 맞이하자마자 식품 표기법이 소비기한으로 변화하지만, 이 사실을 잘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 소비기한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는 식품 표기에 대한 적절한 교육 및 홍보가 필수적이다. 김혜진 대한영양사협회장은 “소비기한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단순히 유통기한보다 규제를 완화한 제도라고 오인할 수 있다”라며 소비기한의 정착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소비기한의 정착과 소비자가 올바른 표시 기준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 소비자를 비롯한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