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부터 그림까지···벽을 깨고 아티스트 돼가는 AI
연기부터 그림까지···벽을 깨고 아티스트 돼가는 AI
  • 고평강 기자
  • 승인 2022.11.13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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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서 선보인 AI 기반 아티스트 ‘틸다’(출처: 경향신문)
▲LG에서 선보인 AI 기반 아티스트 ‘틸다’(출처: 경향신문)

지난 8월,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에서 개최된 미술 대회의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AI 프로그램을 이용한 작품이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자인 제이슨 M. 앨런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예술을 펼치라는 주제에 맞게 입력한 텍스트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AI 프로그램 ‘미드저니(Midjourney)’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비록 텍스트는 인간이 입력했으나, 예술은 인간의 영역이라는 인식을 깨고 AI의 창작물이 입상하면서 AI 아티스트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AI 기술 활용한 오디오 콘텐츠의 등장

최근 음성 합성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 AI 서비스의 음성 모델 ‘나수아’는 기존 가상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모델이다. 기존의 광고 등에서 활용되던 가상 인간 음성은 성우가 연기한 목소리에 후보정을 거친 것을 사용했다. 반면 나수아는 스스로 분위기나 상황에 어울리는 보이스를 학습하고 합성해 사용했다는 점에서 인간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차이가 있다. 나수아는 SK텔레콤 광고에서 목소리부터 얼굴까지 AI 기반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가상 모델로 등장해 태국에서도 AI 가상 모델로써 활용되고 있다.

AI 모델 외에 유명 영화의 배우로 활용하고 있는 AI 기술도 있다. 지난 9월 26일, CNN International 방송에서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 제작사인 루카스필름은 메인 악당 다스베이더의 목소리를 AI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77년 스타워즈 첫 작품부터 함께한 제임스 얼 존스가 구순을 넘기면서 스타워즈에서의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존스는 후속작 제작을 위해 루카스필름이 우크라이나의 AI 음성 기술 스타트업 리스피처(Respeecher)와 계약해 자신의 목소리를 합성하는 것에 동의했다. 리스피처는 과거 출연작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그의 목소리를 구현하는 작업을 맡았고, 지난 5월 디즈니+에 공개된 스타워즈 드라마 ‘오비완 케노비’ 시리즈에서부터 AI 음성이 사용됐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예술을 선보이는 AI 아티스트

AI 아티스트의 활약은 오디오 콘텐츠에 국한되지 않는다. LG에서 개발한 AI 아티스트 ‘틸다’는 올해 2월, 뉴욕 패션위크에 등장해 박윤희 디자이너와 협업한 약 200점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틸다는 초거대 인공지능 엑사원(EXAONE)을 기반으로 구현한 첫 AI 아티스트이다. 뉴욕 패션위크에서 제공한 ‘금성에서 핀 꽃’이란 주제에 대해 ‘무엇을 그리고 싶니?’라는 질문을 던지면 틸다가 이에 답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진행됐다. 틸다가 질문을 듣고 새로운 이미지를 창작하면 박 디자이너가 그 이미지를 기반으로 의상을 제작했다. LG는 실제로 이번 컬렉션을 구성하는 의상 200여 개가 틸다가 창작한 약 3,000장의 이미지와 패턴을 기반으로 제작됐다고 밝혔다.

문학 분야에서도 AI는 활약하고 있다.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 ‘SIA(이하 시아)’는 지난 8월 첫 번째 시집 ‘시를 쓰는 이유’를 출간했다. 시아는 1만 3천여 편의 시를 학습해 분석한 문체와 작법을 바탕으로 총 53편의 시를 생성했다. 시아에게 주제어와 명령어를 입력하면 입력된 정보의 맥락을 이해하고 시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이 시집은 기계어 0과 1을 사용하는 시인이라는 의미를 담아 1부 주제는 공(0), 2부는 일(1)로 구성된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을 바탕으로 지난 8월 12일부터 3일간 대학로 예술 극장에서 시극 공연이 진행되기도 했다.

 

점점 뜨거워지는 AI 저작권 논란

예술계에서 AI의 입지가 넓어짐에 따라 AI 관련 저작권 문제도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지난 9월,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미드저니로 제작한 만화 ‘새벽의 자리야’가 미 저작권 청에서 그 저작권을 인정받았다. 비록 AI 자체가 예술가로서 인정받은 것이 아닌 AI를 활용해 작품을 만든 제작자가 저작권 전반을 가져간 것이지만, 기존과 비교했을 때 이는 획기적인 결정이다. 기존에 미 저작권 청은 AI 작품 전반에 대한 저작권을 일절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례로 AI의 저작권을 인정하면서 AI 프로그램이 하나의 예술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AI 예술의 발전에 맞춰 재작년 말, AI 관련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에 상정된 바 있다. 다만, 이 법안 역시 AI가 아닌 AI에 자료를 제공한 예술가 혹은 프로그램 개발자가 그 기여도에 따라 저작권을 가져가게 된다.

AI의 저작권 문제는 크게 법안에서 계속 언급된 수익권 전반에 관한 문제와 학습을 위해 사용한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로 나뉜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故 김정기 작가가 세상을 뜨자마자 김 작가의 화풍을 학습시킨 AI 작품을 SNS에 올리며 김 작가 대신 자신의 명의를 달아달라고 요구한 사건이 발생했다. AI 학습을 위해 다양한 자료를 사용한 것이 아닌, 김 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학습시킨 후 자신의 저작물임을 주장한 것이다. 정부는 인터넷 등에 공개된 자료를 수집한 때에만 면책권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위 사건과 같이 고의적인 저작권 침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AI 아티스트를 예술가로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와 그 저작권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AI 저작권 문제는 AI 아티스트 관련 문화의 발전과 학습을 위한 자료의 저작권 문제가 충돌하는 예민한 쟁점이다. 따라서 예술 분야별로 AI가 도입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세밀하고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