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깜빡깜빡한다면, 나도 영츠하이머?
자꾸 깜빡깜빡한다면, 나도 영츠하이머?
  • 소예린 기자
  • 승인 2022.11.13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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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의 43.9%가 스스로를 영츠하이머라 생각한다(출처: 잡코리아)
▲2030세대의 43.9%가 스스로를 영츠하이머라 생각한다(출처: 잡코리아)

무심코 스마트폰 화면을 켰을 때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거나, 아직 젊은 나이인데도 자꾸 깜빡하는 것 같다고 느낀 적 있는가? 요즘 20·30대의 절반 가까이가 이런 현상을 겪고 있다. 이들을 일컬어 탄생한 신조어가 바로 ‘영츠하이머’다.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3개 이하다 △애창곡이어도 가사가 없으면 잘 부르지 못한다 △만났던 사람을 처음 만나는 사람으로 착각한 적이 있다 △전날 먹은 식사 메뉴가 생각나지 않는다 등에 해당한다면 영츠하이머를 의심해볼 수 있다.

영츠하이머는 젊은 층에서 건망증이나 기억력 감퇴를 겪는 현상을 의미하는 말로, ‘젊은(Young)’과 ‘알츠하이머(Alzheimer)’의 합성어다. 영츠하이머는 질병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장기중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노년기 치매에 못지않게 영츠하이머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젊은 세대가 기억력 감퇴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영츠하이머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잡코리아에서 주관한 통계에 따르면, 20·30대 남녀 중 43.9%가 자신이 영츠하이머라고 대답했다. 알츠하이머는 뇌세포 파괴로 인한 질병이지만, 영츠하이머는 뇌의 과부하로 인한 현상으로 이해된다. 영츠하이머는 주로 집중력과 단기 기억 저하 문제와 얽혀 있다.

영츠하이머의 원인은 크게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 △우울증 △블랙아웃(Blackout) 등으로 나뉜다. 우선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는 영츠하이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대 이하의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은 평일 2.8시간, 휴일 3.6시간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60대 이상의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의 2배 이상이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은 언제든지 검색할 수 있다고 믿는 현상인 ‘구글 효과(Google Effect)’를 일으킨다. 구글 효과는 검색할 수 있는 정보들에 대해 굳이 기억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영츠하이머의 원인이 된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으로 인한 영츠하이머는 디지털 치매라고도 불린다.

또 다른 원인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 스트레스이다. 우울함을 느낄 때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뇌세포의 생성과 재생을 방해한다.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될 경우,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되고 결과적으로 기억력이 떨어진다. 또한 50·60대 때부터 우울증을 겪은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치매가 더 빨리 나타나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음주로 인한 블랙아웃이 영츠하이머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흔히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라고 알려진 블랙아웃은 단기 기억 상실의 일종이다. 이와 같은 기억의 공백이 반복되면 해마의 단기 기억 저장 능력이 저해된다. 알코올 또한 코르티솔과 마찬가지로 뇌세포에 악영향을 미치며, 뇌와 신경계에 필수적인 비타민 B1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영츠하이머를 일시적인 현상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앞서 살펴봤듯 반복적인 건망증은 치매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치매 환자 약 80만 명의 10%가량이 65세 미만이었다. 하지만 숨어 있는 초로기 치매 환자는 전체 치매 환자의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노년기에서 발병하는 퇴행성 치매인 알츠하이머와는 달리, 젊은 층에서 나타나는 초로기 치매의 경우 전형적인 증상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진행 속도 또한 빠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매가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영츠하이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로 비슷한 증상인 치매 예방법을 바탕으로 해결책이 제시된다.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영츠하이머의 경우에만 차이가 있는데, 고령자의 치매 치료 및 예방을 위해 디지털 기기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자의 경우 젊은 시절 디지털 기기를 거의 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지 예비력을 키울 기회가 많았다. 인지 예비력은 노화와 관련된 뇌의 변화를 늦출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말한다. 하지만 20·30대는 인지 예비력을 키워나가야 할 시기에 디지털 기기를 과도하게 접하기에 디지털 치매에 더욱 취약하다. 따라서 영츠하이머 극복을 위해서는 디지털 기기의 사용 시간을 줄여야 한다. 만약 자신이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생각한다면, 디지털 치매에 대한 자가 진단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스스로 제한함으로써 디지털 세상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우울증 및 알코올성 치매 여부의 확인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 △적절한 식단 등을 통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한다면 영츠하이머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요즘 젊은 세대의 치매 발병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자신이 영츠하이머에 해당하는 것 같다면, 생활 습관을 돌아보고 잠시 뇌가 휴식할 시간을 주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