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기숙사 문제, 대안이 필요하다
[지곡골 목소리] 기숙사 문제, 대안이 필요하다
  • 김상욱 / 재료 박사과정
  • 승인 200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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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얘기했다. 대학이 유지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두가지만 고르라면 기숙사와 도서관을 꼽겠다고. 이는 학문의 연구와 전수라는 대학 고유의 기능을 위해서는 기숙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 기숙사 운영방침에 대한 불만이 불거져 나왔다. 느닷없이 등장한 16동 남자기숙사의 인원이동문제 때문. 포스비와 TIMS를 통해 이의가 제기된 후 주거운영팀에서는 기숙사 이동문제의 이유를 제시했고, 그 내용은 필자가 보기에는 타당하게 생각되는 것이었다. 하필이면 왜 16동이냐는 문제는 남지만. 그러나 이해는 가면서도 뭔가 찜찜한 뒷맛이 남음은 이번 일을 지켜본 모든 이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무엇이 원인일까. 가장 큰 문제점은 이동공고에서 보여지는 권위의식이다. 만약 기숙사 이동의 이유를 설명한 글을 먼저 내보냈다면 지금과 같은 실망감은 상당히 줄어들었으리라 생각된다. 두번째는 전산환경의 발전을 꼽을 수 있다. 정책에 의한 기숙사 이동은 예전에도 종종 있던 일들이다. 필자는 학부과정을 거치면서 타의로 2번의 이사를 겪기도 했다. 물론 그 때도 일방적인 공고가 붙었고 항의하는 학우들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직접적인 항의와 대자보의 수단밖에 없었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귀찮아서’ 조용히 이사를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포스비와 TIMS가 생겨나면서 항의에 드는 비용이 급격히 감소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되었다. 세번째는 기숙사생이 참여하는 기숙사 위원회의 실질적인 부재를 들 수 있다. 물론 기숙사자치회가 있으나, 자치회의 임원은 동장을 겸하고 있으며 동 내의 수리사항 등을 해결하는 일을 주로 맏고 있는 현실이다. 이번 문제에도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다. 더구나 기숙사자치회는 ‘자치’라는 대표성에 있어서 학우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들 세가지 문제는 의사소통의 문제와 연결된다. 학내 전산화를 통해 정보의 소통속도는 급격하게 빨라졌으나, 그에 반해 행정의 민주화는 그 발전속도가 뒤처지는 것이 아닐까. 기숙사문제의 이상적인 해결방법을 들자면, 기숙사 이동을 비롯하여 방학중 행사동 지정, 대학원 동 지정 등 여럿의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감교수, 사감실 직원, 학생대표가 참석하는 ‘위원회’에서 결정을 하고 그 결과와 이유를 전산망을 통해 공개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현실상 학생활동이 미비하여 학우들 다수의 지지를 얻는 단체가 없으며, 이는 위원회를 구성한다 해도 학생대표의 대표성을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식당 식비인상문제 때의 경우를 볼 때 현재 학우들은 복지위원회에 참가하는 학생대표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대안은 무엇일까. 실질적 위원회 구성이 힘든 만큼 사감실의 직원분들이 좀 더 고생하실 수밖에 없겠다. 민주주의는 ‘빠름’과는 거리가 좀 있는 제도라 생각한다. 행정결정을 내려야 할때 미리 배경과 이유를 밝힌다면 좋을 것이다. TIMS의 여론조성환경을 참조하여 최종결정을 내린다면 보다 합리적인 결정이 나올 수 있을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