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역설과 미래
인공지능의 역설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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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03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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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공지능 신경망 챗봇(Chatbot) 개발에 참여했던 한 구글 엔지니어가 그 신경망 챗봇이 마치 사람과 같은 지각을 가졌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이 됐다. 회사는 곧 자체 조사를 실시해 그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결국 해당 엔지니어는 해고되고 말았다.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인공지능 시대에 일어난 대수롭지 않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이 사건이 혹시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 전조이진 않을까? SF영화와 소설들에서 수없이 봐온 장면들.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미래. 진실과 상관없이, 어떤 많은 사람에게 정말 실존적인 현실로 다가올 그런 익숙한 미래 말이다.
인공지능이라 불리는 기계들이 주변에 넘쳐나게 될 미래에, 인간으로서 제정신을 다잡기 위해 물어야 할 질문 한 가지를 한번 다뤄 보자. 인공지능은 진정한 ‘지능’인가? 이세돌이 바둑 시합에서 알파고에 패배했다고 해서, 알파고의 지능이 이세돌의 지능보다 높은 것일까? 최소한 바둑 지능에 한해서라도 말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는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은 지능이 무엇인 줄 아는 것 같지만, 사실 지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능에 관한 과학적 모델링과 공학적 구현을 탐구하는 것이 인공지능 연구라면 인공지능은 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해 뭔가 말할 것이 있으리라 기대할 만하다. 역설적으로, 과거 인공지능의 역사를 돌아보면, 어떤 기계가 진짜 지능을 가졌다고 주장될 때마다 곧 얼마 가지 않아 그 기계는 그 지위를 잃어버리는 일이 반복돼왔다. 17세기에 파스칼이 만든 기계식 계산기로부터, 법칙 기반의 고전적인 인공지능 전문가 시스템, 체스마스터 게리 카스파로프와 대결했던 컴퓨터 체스머신 딥블루, 인터넷을 통한 지식검색 서비스와 구글신, 그리고 심층신경망과 딥러닝으로 무장한 바둑머신 알파고까지. 이런 사건들을 지나오면서 인류는 바로 그 ‘진짜 지능’이라는 실체는 매번 인공지능의 성공을 곧 실패로 바꿔버린다는 것을 경험하게 됐다. 앞으로도 우리가 지능을 성취하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알게 되는 그 순간,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더 이상 지능이 아니게 될 것이다. 철학자 존 설이 보여주었듯이, 계산과 체계라는 상자 속에 가둘 수 있는 과정은 아무 생각 없이도 복제가 가능하며, 이 생각 없는 생각은 더 이상 생각이 아니다. 
겉모습을 걷어내고 그 이면을 바라보면, 모든 인공지능은 인간의 집단지능이 심오한 고민 끝에 펴낸 한 권의 책이다. 이 책은 일상적 언어와는 차원이 다른 엄밀한 형식언어로 쓰여 있고, 일일이 추적할 수 없을 만큼의 방대한 외부 자료(데이터)를 참고해서 작성됐으며, 또 직접 상세히 읽지 않아도 책을 펴서 책의 주제에 해당하는 적절한 질문을 넣기만 하면 답을 찾아 보여주는 아주 독특한 기능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 인생에 길을 열어줬던 여느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내용으로 우리를 성장시키고 우리의 실수를 지적해줄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고, 또 종종 저자의 정신을 느끼게끔 해주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책은 단지 책일 뿐이며, 책을 남긴 실체는 이미 그곳에 있지 않다. 지능은 흔적을 남기고 언제나 도망치듯 사라진다.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는 인공지능의 발전상이 계속돼, 언젠가 세상의 모든 지능적 문제를 인공지능이 인간 이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날이 온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결코 지능을 가두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세상 만물 백과사전들로 가득 찬 그 도서관의 문을 열고 다시 홀연히 떠날 것이다. 내가 머물렀던 이글이 내가 아닌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