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기계실험동 화재 처리의 문제점
[지곡골 목소리] 기계실험동 화재 처리의 문제점
  • 신만수 / 기계 박사과정
  • 승인 200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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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7일 월요일 오전 9시 30분 기계실험동 105호 대학원생 연구실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화재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지금까지 시설운영팀을 상대로 화재보상문제를 논의해 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더디고 무책임하기만 한 학교측의 보상태도와 화재원인에 대한 납득할 수 없는 입장차이로 인해 그동안 많은 시간과 정신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이에 학교 신문의 지면을 빌어 화재와 관련된 사실들과 보상처리과정에서의 몇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조속하고 성의있는 학교측의 화재 피해보상처리를 촉구하기 위하여 다음의 글을 쓰게 되었다.


1. 학생들에게 화재의 책임은 없다.

첫째, 기계실험동에는 1월 14일까지 한달여에 걸친 대규모 보수공사 관계로, 피해학생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숙사와 도서관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보수공사가 끝난 15, 16일에는 실험동내 왁스작업으로 출입이 ‘완전통제’ 된 상태였다. 그러므로 화재시점까지 학생들의 연구실 출입은 절대 없었다.

둘째, 포항소방서 화재감식반의 공식적인 감식결과는 ‘전기누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운영팀에서는 공식적인 감식결과를 무시한 채, 화재 이틀 전까지 보수공사를 했던 (주)거성엔지니어링과 화재 하루 전까지 실험동 출입을 통제하고 청소 및 왁스작업을 실시한 (주)대원사에 화재 혐의를 묻기보다는, 오히려 화재 발생일까지 출입가능성이 거의 없는 피해 학생들의 전열기 사용에 화재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기본입장을 보이고 있다.

셋째, 보강공사 시작 전 공사책임자의 지시 하에 전열기를 포함한 모든 물품은 연구실 구석으로 완전히 정리된 상태였다. 그리고 분명히 구석에 정리되어 있던 가구 및 물품들은 화재 전날 ‘학생들이 아닌’ 청소업체에 의해 재배치되었다. 게다가 화재현장에서 발견된 전열기는 화재가 시작된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을 뿐더러, 화재 진화 시 쏟아져 내린 서적들에 깔리지 않고 오히려 그 위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전열기는 화재의 원인이 아님이 확실하다. 만에 하나 전열기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그 전열기는 존재하지 않는 학생들이 사용했다기 보다는 청소업체나 뒤처리 중이던 보수공사업체가 사용했다고 보는 것이 보다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2. 화재발생시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화재발생시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은 것은 건물의 화재경보시설 및 소방시설에 책임이 있는 학교측의 중대한 과실이다. 만약 화재경보기가 작동했더라면 분명 많은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화재경보기가 단순한 고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3일전인 1월 14일에 기계실험동의 화재경보기가 울려서 화재장소를 찾으려 했으나 찾지 못하고 17일 화재발생시까지 화재 경보기를 꺼놓았다는 사실이다.

시설운영팀의 답변에 따르면 실험동 구조보강공사를 위해 기능을 일시 정지시킨 상태였다고 하지만, 화재 4일 전인 공사 종료 직후부터는 화재경보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화재시점까지 경보기를 꺼놓았다는 사실은 피할 수 없는 시설운영팀의 중대한 과실이다. 하지만 시설운영팀은 명확히 드러난 자신들의 중대한 과실을 계속해서 합리화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화재 당일 아침 일찍 소방복구·점검을 하고있던 소방협력업체, 거광엔지니어링 담당자가 화재를 발견·진압하였다”는 식으로 자신들을 미화하고 합리화하고 있다. 그러나 화재를 발견할 당시 이미 기계실험동은 연기로 가득차 있었으며, 관련업체 사람들뿐만 아니라 건물 내 많은 대학원생들이 정확한 화재 위치를 찾기 위하여 동분서주한 끝에 대학원생의 제보로 화재위치를 발견하고 신고하였다.

3. 연구시설내 개인물품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이번 화재시 학교측은 학교물품에 대해서는 보험에 가입하였기에 보험처리를 했지만, 학생 개인물품은 보험에 가입되지 않으며 이런 이유로 학교측은 공식적인 보상을 회피하고 있다. 건물주는 건물내 물품에 대해 화재보험에 가입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기숙사를 제외한 다른 곳, 즉 공학동과 실험동 내 연구실과 실험실에 있는 대학원생과 교수님의 개인물품에 대해서는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연구시설내 개인물품에 대한 보험가입은 이제서야 보고서에서 시정내용으로 제시하고 있다.)

4. 학교측 시설운영팀은 보다 성의 있게 보상처리에 임해야 한다.

화재 발생 일로부터 이미 5주가 넘는 시간이 흐른 상태이다. 그러나 시설운영팀은 보상문제와 관련된 모든 결정은 총장님의 결제에 달려있고, 화재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피해학생들에 대한 학교측의 보상책임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몇 번이나 약속한 총장님에 대한 보고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최근 TIMS에 학생들의 항의성 글들이 올라오자 피해학생들에게 엄포성 전화를 하는 한편 자체 재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피해를 입은 대학원생들은 박사 5년차, 박사 3년차, 박사 2년차, 연구원이며, 그중 두 명은 소장하고 있는 모든 전공서적과 강의 파일들이 완전히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모두 연구에 전념하느라 한시간 한시간이 귀중한 이들을 대하는 학교측의 이러한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이들이 과연 같은 포항공대 구성원들 일까하는 참담한 심정을 지울 길 없다. 학교측은 화재보상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지어서 피해학생들이 화재의 여파에서 벗어나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밝힌 바와 같이 피해를 입은 대학원생들에게는 이번 화재에 대한 책임이 결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밝히며, 화재처리 및 보상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시설운영팀에 아래의 사항들을 강력히 요구한다.

1. 시설운영팀이 작성하는 보고서의 내용에서 학생들의 전열기 사용으로 인한 화재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야 하며, 화재예방관리에 대한 명백하고도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라.

2. 빠른 시일 내에 보상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총장님에 대한 보고를 더 이상 지연하지 말라.

3. 현재까지 시설운영팀이 보인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행정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피해를 가중한데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