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후 첫 교수진 세대교체, 진행 상황은?
개교 후 첫 교수진 세대교체, 진행 상황은?
  • 장유진 기자
  • 승인 2022.09.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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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신임 및 퇴임 교원 수
▲2016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신임 및 퇴임 교원 수

우리대학은 1986년 개교한 이래로 36년째 세계적인 소규모 연구중심대학으로 위상을 보이고 있다. 설립 초기 POSCO 재단 및 지역사회의 열정적인 지원과 훌륭한 교수진, 우수한 학생을 포함한 교내 구성원들의 노력에 힘입어 단기간에 국내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김호길 초대 총장은 저명하고 우수한 교수진 섭외를 위해 직접 전 세계를 돌며 각 분야 최고 박사들을 포항으로 모았다. 포항에 모인 교수진은 훌륭한 연구 성과를 보이며 짧은 시간에 우리대학을 세계 정상에 올렸다. 그러나 최근 임기 만료 등의 이유로 지난 2016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116명의 교수진이 퇴직했고, 각 학과는 신임 교수 선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본지는 교무팀과 부임 2년 차 박경덕(물리) 교수, 부임 1년 차 안성수(컴공) 교수 인터뷰를 통해 개교 36년 만에 이뤄지는 대규모 교수진 세대교체 진행 상황을 취재했다.

 

우리대학 세대교체 현황

개교 30주년이 넘어가면서 설립 초기 부임한 교수진의 퇴직이 늘었다. 김도연 전 총장은 지난 2015년, 설립 초기 부임한 교수진의 대거 퇴직에 따른 교원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4년간 신임 교원 100명 이상을 적극적으로 임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탄탄한 연구력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진 교수진의 퇴직과 신임 교원의 적응 등으로 대외 평가지표가 하락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교수진의 세대교체 현상은 다른 대학도 개교 후 겪는 일반적인 현상이며, 훌륭한 신임 교원의 확보와 연구 지원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우리대학의 위상을 지키고자 하는 학생, 교수, 직원 모두가 합심해서 노력한다면 연구 역량으로 지금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세대교체 시기를 거쳐오면서 다시 우리대학의 연구 역량이 상승곡선에 접어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안 교수도 “우리대학 실적이 부진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이는 신임 교수진과 학생들의 노력으로 충분히 이겨나갈 수 있는 문제다”라며 교내 구성원의 노력을 다시 강조했다.

우리대학은 학문 분야별 특성을 고려하고자 학과마다 자체적으로 수립한 학과 발전 전략 계획에 따라 학과 주도적으로 중점 연구 분야 신임 교원 채용을 추진 중이다. 학과는 학문 분야 특성에 맞도록 대학 내외의 연구 추세와 중점 연구 분야 등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신임 교원 초빙 계획을 수립해 진행한다. 학과별 교원 초빙 계획이 확정되면, 최소 15일 이상 학과 및 대학 홈페이지에 채용공고를 게시한다. 이후 3분의 1 이상 교외 전문가로 구성된 후보선정위원회가 구성되고 1차 평가에서 전공적합성 심사를 통해 채용 예정 인원의 5배수 내의 후보자를 선정한다. 2차 평가에서 후보자는 면접 및 공개 세미나를 실시하고 학과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후보자로 선정된다. 학과에서 선정된 최종후보자의 임용 절차는 △대학교원인사위원회 심의 △연봉·정착비 책정 △총장 승인 및 인사발령 시행 △이사회 보고의 과정을 거친다. 채용 계획부터 후보 선정, 최종 승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위원회와 교내외 구성원이 꼼꼼한 심의를 수차례 진행한다.

우리대학에서 교수진 선발에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교육과 연구의 수월성이다. 충실한 교육을 통해 훌륭한 학생을 양성하고,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는 탁월한 교육 역량과 연구 전문성을 갖춘 교수를 초빙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학자로의 성장 잠재력을 가진 조교수를 중심으로 선발하고 있으나 대학의 지속적인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부교수 및 정교수급 석학도 적극적으로 초빙하고 있다.

 

우리대학을 선택한 교수들

우리대학은 지난 2016년 3월부터 현재까지 139명의 신임 교원을 선발했다. 신임 교원이 우리대학에서 연구를 희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훌륭한 연구 환경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행정 업무나 연구 지원 등 시스템이 체계적이며, 캘리포니아 공대(Caltech)를 모델로 하는 만큼 국내에서 정상급의 좋은 연구 환경을 구축하고 있어 이직을 결심했다. 교수는 모든 대학을 직접 경험해볼 수 없어 지인 의견을 통해 대학을 선택하기도 한다. 박 교수는 “학생들이 연구하기 좋은 환경으로 이직을 희망하고 있었는데, 노준석(화공) 교수와 공동 연구 중 포스텍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본인의 경험을 말했다. 안 교수는 “지인의 추천에 의지해 부임할 대학을 찾고 있었는데, 컴퓨터공학과는 굉장히 젊은 교수진이 많다고 들어 관심이 갔고 교수진을 보고 포스텍을 선택했다”라며 지인의 추천이 동기가 됐다고 전했다.

우리대학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질문에 박 교수는 “제자들을 교수로 만드는 것”이라 답했다. 국내 연구는 시대적인 흐름에 맞춰 연구 주제를 선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과 같은 자연대학 강국에서는 교수와 그 제자가 대대로 연구를 이어 진행하면서 노벨상을 받는다. 박 교수는 “내 학생이 교수나 연구원이 돼 계속해서 나노 광학 분야를 연구한다면 2·3세대에서 노벨상이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이다”라며 훌륭한 인재 양성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안 교수는 “누군가를 지도하는 것은 처음이기에 학생이 졸업 후 취업, 연구 등 장래를 이루도록 돕고 본인이 즐길 수 있는 일을 찾도록 격려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우리대학은 초기 정착비, 교수 아파트 제공 등의 주거 지원, 자녀 학비 보조금 등을 통해 신임 교원이 빠른 적응과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채용 과정에 6개월이 소모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신속하고 공격적으로 진행해 다른 대학에 훌륭한 교원을 뺏기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