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축제를 경험하고서
지곡골 목소리-축제를 경험하고서
  • 윤여진(화학 1)
  • 승인 2000.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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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꼈던 일체감을 다른 사람들도 함께 하길
대학에 와서 처음 맞는 축제다. 주위에 집에 간다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약간 의아했지만 나는 이번 축제가 상당히 기대되었다. 고등학교 축제와는 다른 대학 축제는 어떤 모습일까 나름대로 예상해보고 또 기대하면서 축제를 기다렸다. 고등학교 때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서 축제를 크게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내가 참여하는 것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공연을 맡은 이번 축제가 나에게는 더욱 기대되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축제가 끝난 지금 누군가가 축제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쇼켐이라고 답할 것이다. 쇼켐은 전통적으로 해왔던 화학과 신입생들의 재롱잔치(?)이다. 남들 앞에서 춤춘다는 건 거의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으나 결국은 운명을 거부할 수 없어 연습에 참여했다. 솔직히 무엇이든 하려 할 때면 즐겁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만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았고, 준비가 힘들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었기 때문에 겁이 나기도 했었다.

준비하는 과정은 무척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계기였던 것 같다. 함께 준비하며 고생하는 동기들은 물론이거니와 밤새 나와서 같이 있어주시는 선배들을 보면서 ‘한마음이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내가 선배가 되었을 때 내가 받은만큼 후배들에게 잘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쇼켐을 하는 진정한 의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멋진 선배가 될 것을 다짐해 본다.

또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동아리에서 준비한 칵테일 바였다. 전문적인 칵테일 바는 아니지만 재미있었고 쇼켐에서 느낀 것과는 또다른 일체감, 따뜻함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번 축제를 정말 의미있게 보냈고 앞으로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해준위가 준비한 축제행사 때문이 아닌 학과나 동아리 활동 때문이었다. 우리 학교 축제는 재미없다며 기대하지 말라던 선배들의 말이 조금은 납득이 된다. 사실 주위 친구들 대부분이 이번 축제를 그저 그렇게 보냈다고 말한다. 특히 학과가 정해지지 않은 정시 신입생의 경우 학과에 대한 소속감이 없어 그런지 더욱 그러했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즐기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단지 그것뿐일까.

아직 우리 학교에는 우리 학교만의 문화가 없는 것 같다. 이번 축제의 경우만 하더라도 고등학교 때의 축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단지 술을 마신다는 것과 시간 제한이 없다는 것만이 다를 뿐. 때문에 내가 축제 전에 기대하던 모습보다 상당히 시시했던 것이 사실이다.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문화행사를 준비하거나 포항공대만의 독특한 행사를 시도해 보면 좋을 듯하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이번 축제 기간을 이용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집에 다녀왔다고 한다. 바쁜 하루하루를 살면서 집에서 편안히 쉬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테니 집에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포항공대인이면 한번쯤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의 축제문화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학생들의 무관심과 참여 부족일테니 말이다. 비단 축제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일에서 학생들은 학교에 대해 너무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나 자신도 지금 대학 축제로서의 특성이 없다고 불평하고 있지만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학교 일에 대해 너무나 무관심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내년 축제 때에도 집에 가지 않을 것이다. 내년에는 학과나 동아리 활동 이외에도 다양한 축제행사에 참여하고 싶다. 내가 행사를 찾아다니며 재미있게 즐기면 되겠지만 그때는 대학 축제다운 모습으로 발전해 있길 기대해본다. 단순히 즐기는 축제가 아닌 우리 학교의 특성을 살리고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적어도 내가 느낄 수 있었던 뿌듯함, 일체감 같은 것을 다른 많은 학생들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바로 대동제의 정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