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넓은 세상 바라보기, 학생 위한 최고의 기회
[지곡골 목소리] 넓은 세상 바라보기, 학생 위한 최고의 기회
  • 이대원 / 산업 3
  • 승인 2000.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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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참여 부족이 가장 아쉬워“학생들이 무언가를 요구하기 이전에 학생들 자신들도 이러한 학교에서 준비한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관심을 보이는 것이 학교를 생각하고 위할 수 있는 또 다른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6월 3일에 ‘넓은 세상 바라보기(이하 넓세바)’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인 형산강 정화 운동을 다녀 왔다. 나를 포함한 넓세바 준비 위원들은 참가 인원을 대략 100여 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모이기로 한 시간에 학생식당 앞에는 달랑 5명의 학생과 직원 한 분 밖에 나오지 않았다. 약속 시간이 토요일이고 또 주말 오전이어서 다들 늦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다.

동연에서 나온 3명의 학생과 학과협에서 나온 2명의 학생 이렇게 5명과 이 프로그램을 같이 준비하신 직원 한 분과 함께 형산강으로 향했다. 우리가 청소한 곳은 형산강 주변의 논두렁과 강가였는데 생각보다는 쓰레기가 많아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강기슭으로 내려가자 쓰레기가 여기저기 박혀 있었다.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이 양심에 찔렸는지 잘 보이지 않은 곳에 숨겨서 버린 것이다. 농약병, 헌 옷조각, 농가에서 나온 폐비닐과 고무, 과자 봉지, 통조림 깡통, 심지어 죽어서 반쯤 썩은 새까지 쓰레기도 종류가 다양했다.

강가를 따라 가면서 한 서너 시간쯤 쓰레기를 줍자 큰 포대로 12포대 정도의 쓰레기가 모였다. 다섯 명의 사람들이 12포대의 쓰레기를 옮기자니 무척 힘들었다. 조금만 더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으면 훨씬 쉽게 일을 끝낼 수 있을텐데... 못내 적은 참여율이 아쉬웠다.

처음 넓세바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포항거리 정화 운동이나 형산강 정화 운동과 같이 지역 봉사활동을 넣은 것은 포항이라는 이 고장이 학생들이 짧게는 4년 길게는 10여 년 머무를 곳인데 정작 이 고장에 몸담고 있는 대학생으로서 그 동안 지역봉사에 큰 관심이나 참여가 미비하였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비록 지역봉사가 학생들의 본분은 아니지만 지역 정화 운동에 3000여 학우들 중 5명의 학우만이 참여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넓세바는 학생들을 위해 기획·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대라는 한계를 안고 있는 재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보다 넓고 깊이 있는 안목을 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이러한 기회를 이용하려 하지 않는 듯하다. 같은 학생의 입장이지만 넓세바 준비위원의 한사람으로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담이지만 지난해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14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되었지만 실제로 사용한 것은 그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학생들의 참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위해 배정한 예산인데 학생들 스스로 기회를 차버린 셈이다. 올해 넓세바 프로그램에는 2000만원 가량의 예산이 배정되어 있다. 또 넓세바 준비위원회에서 준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게다가 숙식비와 교통비 등 기본적인 것들은 모두 지원된다. 이제 학생들 스스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뭔가를 얻으면 되는 것이다.

요즘 학교가 여러가지 일들로 시끄럽다. 학교 행정직원들, 교수님들의 잘못에 학생들의 날카로운 비판들이 많다. 그러나 학교에서 많은 예산과 노력을 기울여 준비한 여러 행사나 프로그램에는 학생들의 참여가 극히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이 학교 직원, 교수님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기 이전에 학생들 자신들도 이러한 학교에서 준비한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관심을 보이는 것이 학교를 생각하고 위할 수 있는 또 다른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